국방정보본부 "러, 우주기술 협력 명목으로 탄도미사일 기술 지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지난달 31일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은 기존 미사일의 개량형이 아닌 신형이며, 신규 엔진 시험도 없이 발사했다는 군 평가가 나와 러시아 기술 지원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이 새로운 엔진 시험을 하지 않은 채 화성-19형 발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5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보도했고, 올해 3월 20일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다단계 엔진 지상 분출시험을 공개한 바 있다.
군은 3월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서 추가로 식별된 고체연료 엔진 시험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군은 아울러 화성-19형이 기존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의 개량형이 아닌 신형이라고 평가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미사일 동체 길이 및 직경 증가, 최대 고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화성-19형은 화성-18형과 다른 신형 ICBM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화성-19형이 화성-18형의 크기를 약간 키운 정도의 개량형이라는 일각의 평가도 있지만, 화성-18형과 별개인 새로운 미사일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엔진 시험이 없었음에도 개량형이 아닌 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바로 발사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군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우주 기술 분야 협력'이라는 명목하에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지원받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우주기술분야 참관대상목록'이라는 제목의 서류를 북측 수행원이 들고 있는 모습이 촬영된 바 있다.
우주 기술 분야에는 인공위성 등 북한·러시아가 평화적 이용 명목으로 위장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포함되기는 하나 위성과 ICBM 등 우주발사체들은 발사 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위성 기술이 탄도미사일에 적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북한이 새로운 엔진 시험조차 없이 신형으로 평가되는 ICBM을 발사하고 7천㎞ 넘는 역대 최고 비행 고도를 기록한 부분은 러시아가 엔진을 통째로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의 기술 제공 정황이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ICBM 개발 시계는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 액체연료 ICBM의 경우 화성-15형 첫 시험 발사가 2017년 11월, 화성-17형 첫 시험 발사가 2022년 2월로 약 4년 4개월 간격이 있었다. 북한은 화성-15형 다음 버전으로 16형이 아닌 17형을 공개했다.
액체연료 대비 은폐와 기습 발사가 용이한 고체연료 ICBM은 화성-18형이 지난해 4월 13일 처음 발사됐고 약 1년 반 만인 지난달 화성-19형이 등장했다.
화성-18형은 단일 탄두형, 화성-19형은 다탄두 형태로 개발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는 과거 러시아가 단일 탄두 ICBM '토폴'을 토대로 다탄두형 '야르스'를 만들어 배치한 것을 답습한 개발 경로라는 해석이 나온다.
화성-18형과 화성-19형 사이에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11/11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