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인근 하루새 산불 수십건…마라톤 발상지도 불길
그리스 총리, 휴가 취소하고 긴급 복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지역에서 하루 사이에 산불 수십건이 번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아테네 외곽 등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화재 40건이 발생했다.
산불은 시속 80∼90㎞의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아테네까지 몰려온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불길은 최고 25ｍ 높이까지 관측됐다.
이에 당국은 아테네 인근 여러 마을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 중에는 마라톤 발상지로 유명한 '마라톤' 지역도 포함됐으며, 당국은 주민 3만여명에게 인근 해변 마을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마을에서는 소나무 숲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한때 아테네에서도 보일 정도로 붉게 타올랐다.
소방대원들과 소방 항공기, 헬리콥터, 소방차 등이 화재 진압에 동원됐고 자원봉사자들도 지원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지난 24시간 동안 발생한 화재 중 33건을 진압했으나 여전히 나머지 7건은 진화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소방청 대변인은 "주택 지역에서 불길이 번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여전히 위험하다"라며 "강풍으로 인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고, 저지선 뒤에 또 불길이 타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폭염도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12일 그리스 기온은 섭씨 39도로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불 연기로 인한 호흡기 질환 우려에 그리스 보건당국은 주민들에게 이동을 제한하고 창문을 닫은 채 집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연기로 인해 최소 8명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불이 급격히 번지자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휴가를 취소하고 아테네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이후 그리스 전역에서 수백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가 더 덥고 더 건조해졌고 이로 인해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겨울이 역대 가장 따뜻했고, 이어 지난 6~7월 기온 역시 전례 없이 높아 산불이 발생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으로 추정됐다.
바실리스 키킬리아스 그리스 기후위기·시민보호부 장관은 고온과 강풍, 가뭄으로 인해 그리스 전역 중 절반이 산불 고위험 상황에 놓인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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