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4-06-21 02:29
업데이트 2024-06-21 02: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사랑은 초록
조은비 지음/창비
144쪽/1만 2000원

연애·교우 관계·몸의 변화 등
어린 시절 겪는 ‘성장통’ 포착
끝까지 자기감정과 마주하며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 그려내

이미지 확대
지난 18일 초록이 한창인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서울마당에서 본지 신춘문예 출신 조은비 작가가 동화집 ‘사랑은 초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지난 18일 초록이 한창인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서울마당에서 본지 신춘문예 출신 조은비 작가가 동화집 ‘사랑은 초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동화의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데려왔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서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이란 제한 가운데 이 시대의 사랑론을 설파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능력”, “아동문학의 잠재력을 새삼 일깨워 준 당선자”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조은비(31) 작가가 첫 동화집 ‘사랑은 초록’으로 어린이 독자를 찾아왔다. 등단작인 ‘사랑해’를 비롯해 6편의 단편 동화가 한 권에 묶였다.
이미지 확대
그의 동화 주인공들은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에 걸맞게’ 끝까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다. ‘사랑해’에서는 웹소설로 사랑을 배운, 사랑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던 주인공 세희가 같은 반 남자아이 윤수의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으며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그려 낸다.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반에서 혼자만 브래지어를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은이가 겪는 생경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해 낸다. 연애부터 교우 관계, 몸의 변화, 재혼 가정의 고민, 기후 위기에 대한 고찰까지 어린이가 맞닥뜨리는 성장의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사랑해), “얼마큼 커져야 브래지어 할 수 있어?”(몽글몽글 가슴이), “때가 되면 다 방법이 생길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내가 아저씨의 성을 따르고 그 여자애가 아빠의 성을 따르면 누가 아빠의 진짜 딸일까”(잎새뜨기) 등 작가는 어른들이 무심결에 넘겨 버렸던, 정말 중요한 어린이의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화는 비로소 짙푸른 여름빛처럼 확연하다.

이런 선명함은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나올 수 있었다.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성소수자,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과 같이 우리 사회 쟁점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처럼 지금의 어린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면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한다”며 “어린이 또한 좋은 대접을 받고 싶고,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하며,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하는 나와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등단 후 2년여 동안 바쁘게 일하고 출판사에 투고도 하며 지냈다는 그는 첫 책 출간에 이어 내년 여름쯤 ‘조은비 표’ 장편 동화로 독자를 찾아올 예정이다. 앞으로도 ‘집단으로서의 어린이’가 아닌 한 사람의 어린이를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동화를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뿐이에요.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에 ‘우리 주변에 분명 이런 친구가 있다, 이런 어린이가 있다’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개별적인 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세상이 좀더 안전해지고 넓어지지 않을까요.”
윤수경 기자
2024-06-21 23면
많이 본 뉴스
  • 2024 파리 올림픽
美대선 당신의 예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사퇴로 미 대선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구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도널드 트럼프
카멀라 해리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