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목의 투자 비중을 높여 고수익을 추구하는 ‘몰빵형 상장지수펀드(ETF)’가 단타(단기투자) 매매 문화를 조성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이 한 종목의 노출 정도(익스포저)가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에 나섰지만 이미 출시된 상품에 소급 적용이 불가능해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ETF들이 비중이 큰 종목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급등락 장세를 연출하면서 투자자 손실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ETF가 공모펀드와 유사한 점이 있고 ‘분산투자’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도록 설계·운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최근 3개월 사이 각각 13.21%, 11.64% 하락했다. 이들 ETF는 비만 치료제 대표 기업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비중이 50%에 달하는 상품으로 올해 2월 출시됐다.
반면 ‘테슬라 ETF’라고도 불리는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는 3개월간 60.97% 급등하며 앞선 상품들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해당 ETF는 테슬라 비중이 15% 남짓에 불과하지만 테슬라의 주가 수익률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담아 실질적으로 한 개 종목의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문제는 ‘몰빵형 ETF’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 급락했을 때 손실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노보노디스크 주가 강세에 힘입어 올 6월 1만 2000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걸으며 고점 대비 각각 19.83%, 18.19% 급락했다. 상품이 출시된 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급등락을 반복한 셈이다. 심지어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의 경우 상장 당시 가격(1만 50원) 이하로 추락했다.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단타족’이 ‘몰빵형 ETF’에 쏠리자 금융감독원은 올해 5월 익스포저를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비중이 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바 있다. 다만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ETF에는 해당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여전히 단타 매매가 활개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어 자칫하면 손실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TF 구성 종목 비중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을 때 해석의 범위를 넓힌 것일 뿐 실제로 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법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미 거래되고 있는 ETF는 출시 당시 설정한 규약에 따라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새로운 ETF 상품을 검토할 때 확장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미 상장된 상품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 분산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 당국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패턴이 나타나지 않도록 적정 수준에서 분산투자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이미 출시된 상품이라도 당국에서 지속적인 권고를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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