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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않고 비공개’…사실 존재치 않는 정보였다니[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정된 비공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있는 그대로의 정보가 아니라 다소간의 검색과 편집을 거쳐야 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작업을 거쳐 청구인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6001 판결 등), 공개 대상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도 비공개의 이유가 될 수 없다(정보공개법 제13조 제3항).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서 이미 알려졌다거나 관보 등으로 공개해서 인터넷 검색이나 도서관 열람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공개 청구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두13392 판결 등 참조).

이렇게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를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권리를 위해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공공기관을 감시하기 위한 기본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공공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되었다거나 관련된 업무가 진행 중이라거나 재판 등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회신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정보의 공개가 공정한 업무의 집행 등에 방해가 된다면 비공개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자신들이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청구한 정보의 제목만 보고 비공개 사유를 붙여 비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아주 중대한 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할 경우에는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해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돼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몇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증명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4두54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그 존재 유무조차 확인하지 않고 비공개처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단을 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공공기관이 그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살펴보지 않고 비공개사유를 기재하여 비공개한다면 국민은 ‘해당 정보의 존재’라는 기본적인 사항 조차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는 국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법원은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대하여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가 아니라 다른 법정된 비공개사유를 들어 비공개처분을 한 사건에 대하여는 입장을 일관되게 정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에 관해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비공개처분한 것과 달리 존재하는 정보에 대해 그 정보 내용의 비공개 사유를 검토를 하는 것에는 이르지도 않고 정보의 존재 자체조차 확인하지 아니한 채 비공개처분을 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상 부담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단순한 의무조차 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으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하여야 한다. 부존재 하는 정보에 대해 부존재를 이유로 비공개 처분하는 사안과는 달리 이 같은 경우라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무효임을 선언해 피고가 정보공개법상의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건 소가 제기된 법적인 책임을 오로지 피고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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