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컷(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1.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성장과 물가만 보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지만 미 대통령 선거 직후 14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이 변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환율이 내려가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렇게) 보기 이르다. 앞으로 1~2주 사이 외환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6원 내린 1386.0원으로 출발한 뒤 1380원대에서 횡보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혼조돼 있어 달러화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데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 관세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 높은 수입 관세는 물가를 높여 금리 상승(달러 강세) 요인이 된다. 반면 트럼프는 이전부터 약달러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한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는 것 같다”며 “이달 말 금통위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상황을 더 보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환율이 1400원을 넘으면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1400원은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금융·외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1400원을 돌파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거기 때문에 11월 동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과 가계부채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이를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이 1400원 아래에서 형성될 경우 한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00원을 넘어서면 한은이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않다면 이달에도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리 인하를 의식한 듯 이날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 개편하고 적기 대응하겠다”며 “주택 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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