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이 반도체를 고장내는 구체적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향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 탑재 가능하면서도 우주방사선을 견디는 ‘내방사선 반도체’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재료연구원과 함께 2차원 나노 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 기반 반도체에 우주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이 미치는 영향과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머티리얼즈’ 8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강한 우주방사선은 반도체에 영향을 미쳐 전자기기에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고장 원인과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우주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내방사선 반도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연구팀은 방사선을 비교적 잘 견디는 이황화몰리브덴 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소자를 제작한 후 감마선을 조사해 전기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황화몰리브덴에서 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빠져나와 절연체와 경계면의 공기층으로 들어가는 ‘전자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고장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마선 조사량이 늘어날수록 전자 터널링 현상도 더 많이 일어났다.
이는 고장의 원인이 반도체 소자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의 경계면과 제작공정에서 발생한 공기층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반도체 소자가 방사선을 견디는 특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내방사선 반도체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나노소재를 이용한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방사선으로 인해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열화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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