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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두 번 뚫었다 [올림픽]

◆'양궁 에이스' 임시현, 亞게임 이어 올림픽도 3관왕

양궁 사상 두번째 3관왕 새역사

2위 남수현과 바늘구멍 세리머니

중학생때 유학 떠나 자립심 키워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궁사 도약

임시현(오른쪽)과 남수현이 3일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은메달을 나눈 뒤 시상식에서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파리=성형주 기자




여자 개인전 4위에 오른 ‘맏언니’ 전훈영. 파리=성형주 기자


3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3위 결정전. 마지막 발에 10점을 쏴 한국의 전훈영(30·인천시청)을 제치고 동메달을 딴 프랑스의 리자 바벨랭은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처럼 감격해 했다. 입을 손으로 막아봤지만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고 ‘이제 퇴장해야 한다’는 경기 진행요원의 안내에도 한동안 멈춰 서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겨우 눌렀다. 금메달에도 표정 변화가 적은 우리 선수들을 봐온 입장에서는 낯선 광경이었지만 어쩌면 바벨랭의 반응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어 열린 결승전. 남수현(19·순천시청)과 ‘집안 싸움’ 끝에 금메달을 딴 임시현(21·한국체대)은 앞선 두 종목 우승 때와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시상대 꼭대기에서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눈에 대는 ‘귀여운’ 세리머니를 선사했다. 펴진 세 손가락으로 3관왕을 기념한 것으로 보였지만 나중에 임시현의 설명은 이랬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3관왕 이후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 하는 게 쉬운 확률일 것 같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린 거니까….” 동그라미는 바늘구멍이었다.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양궁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양궁으로 최정상에 서고 또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주는 세리머니였던 셈이다.



임시현은 준결승전에서 전훈영을 6대4로 이기고 결승에 오른 뒤 남수현을 7대3(29대29 29대26 30대27 29대30 28대26)으로 꺾었다. 1세트 동점 뒤 2세트에 9점-10점-10점(남수현은 9점-7점-10점)을 쏘며 승기를 잡았다. 여자 단체와 혼성 단체에 이은 세 번째 금메달. 혼성전이 처음 도입된 2021년 도쿄 올림픽 때의 안산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올림픽 양궁 3관왕 위업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을 더해 임시현은 불과 9개월 새 국제 종합 대회에서 모은 금메달이 6개다. 2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는데 지난해 국가대표 1군에 선발된 뒤로는 원래 1군이었던 선수처럼 단단하게 활을 쐈다.

임시현을 대선수로 키운 것은 돌아보면 ‘자립심’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축구와 양궁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상 위험을 걱정한 부모님 권유로 양궁을 택한 임시현은 그때부터 곁눈질 한 번 없이 활에 빠졌다. 양궁부가 있는 중학교로 강릉에서 원주로 ‘유학’을 갔다.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새벽부터 활로 달랬다. 하루 최대 1000발을 쐈다고. 고등학교는 더 낯선 서울로 갔다. 성적이 연습량을 따라주지 않자 밤을 낮 삼아 연습량을 더 늘렸더니 그때부터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혼자가 익숙했던 임시현은 이제 5000만 명을 등에 업은 ‘국민궁사’가 됐다.

한국 양궁은 임시현과 남수현의 금·은메달로 역대 다섯 번째 단일 올림픽 개인전 동반 메달 기록을 썼다. 전훈영이 동메달전을 이겼다면 24년 만의 올림픽 금·은·동메달 싹쓸이가 나올 수 있었는데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는 전훈영을 조명한 별도 보도자료까지 내 선수의 마음을 살폈다. 현대차는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던 전훈영은 대회가 1년 밀린 탓에 3년을 절치부심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서른이 넘어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그는 2인 1실인 숙소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탁구 선수와 방을 썼다”고 소개하며 여자 양궁의 전 종목 석권 뒤에는 전훈영의 활약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4위’ 전훈영을 찾아가 대회 내내 후배들을 다독이고 잘 이끈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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