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주요 소아암 병원이 위치한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도시를 강타해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시점의 공습이라는 점에서 나토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X 계정을 통해 러시아군이 미사일 40여 발을 발사해 키이우·드니프로·크리비리흐·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등 여러 도시의 아파트와 인프라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키이우에 있는 오크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이 폭격당해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부상당한 16명 가운데 7명이 어린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 병원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중요한 어린이 병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이우가 이날 공격의 주요 표적이었으며 이 지역에서만 22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올해 3월 말 이후 3개월 여만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첨단 무기 중 하나이자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하기 가장 어려운 극초음속 ‘킨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어린이병원 공습 현장에서 러시아 공대지 순항미사일 Kh-101 잔해를 발견했다며 전쟁범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른다고 주장해선 안 되며 모든 범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영국, 프랑스, 에콰도르, 슬로베니아, 미국 등이 안보리 개최를 요청했으며 9일 긴급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우리는 러시아의 비겁하고 타락한 병원 공격을 규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FP는 전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방위 제조 시설과 공군 기지를 타격했을 뿐이며 의도적으로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우크라이나의 비난은 사실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이 어린이병원 등을 타격했다는 입장이다. 스푸트니크 통신도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가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측 주장을 반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