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북스&] 로마의 몰락과 닮아가는 미국…우리의 선택은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존 래플리 지음, 동아시아 펴냄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등극한 이후의 시기는 ‘팍스 아메리카나’로 불린다. 강력한 군사력과 자본력을 통해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게 됐고, 전 세계의 국가 중 어느 하나도 미국에게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와 이어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중국의 대두는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어 놓았다. 지금도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예전에 비해 그 위상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가 자신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더 이상 위대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신간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미국과 비견되는 위대한 제국이었던 고대 로마의 사례를 통해 미국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역사학자와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들은 “로마는 붕괴 바로 직전까지 번영의 정점에 있었다”며 “몰락이 불가피해질 때까지 길고 느린 쇠퇴를 겪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기존에 에드워드 기번이 주장했던 로마의 멸망 원인인 기독교와 이민자 문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기독교는 문화적 통합의 근간이 됐고, 이민자들은 노동력을 제공했다. 로마가 한순간에 무너진 이유는 이민족을 차별하고 이에 따라 이민족들이 로마와는 지리적 거리가 있는 지점에서 세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의 세계 체제와도 놀랍도록 유사하다. 서구 세계는 제3세계에 공장을 이전하고 이민 장벽을 세운 뒤 이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해 번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인종과 이민자 차별 문제는 강화되고 있고 갈등도 커지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제3세계로 이전되는 서구 문명의 부채와 그 빈틈을 파고드는 중국의 제3세계 진출은 충돌의 위험성을 높인다.

미국이 순식간에 몰락해버릴 수 있다는 책의 경고는 우리나라에도 함의하는 바가 크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혹은 군사적으로나 우리는 미국과 한 배를 탄 운명이다. 미국이 위기를 맞는다면 우리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미 미국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인 출산율과 이민자 혐오, 기술격차 축소는 우리나라에서 더 큰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을 따라가다보면 역사적 반면교사가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멸망의 역사가 반복된다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1만 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