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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대 가장 더딘 최저임금 심의, 결정 구조 이대로는 안 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 속도가 역대 가장 더뎠던 지난해보다도 더 ‘게걸음’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5차 전체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입씨름만 거듭하다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숙박업과 음식업 등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노동계는 “차별 조장”이라며 맞섰다. 노사 양측은 법정 심의 시한 마지막 날인 27일에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법정 시한을 20일이나 넘겼던 지난해보다 더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노사 갈등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사례는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없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노사 대표에게 합의를 주문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다 보니 정권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널뛰기를 하면서 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을 키워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2년 동안에는 최저임금이 29.1%나 과속 인상되면서 일자리 참사와 자영업 몰락 등을 초래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대립을 줄이려면 낡은 결정 체계부터 수술해야 한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각각 연방의회와 정부가 노사 의견을 들어 최종 결정한다. 영국은 독립 기관의 권고안을 정부가 수용하는 구조다. 독일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월별 임금 지표에 기반해 2년마다 결정한다. 우리도 노사 협상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책임을 지고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물가·노동생산성과 함께 고용·투자 등 거시 경제 전반의 상황을 두루 고려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마련해 노사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양대 노총 위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의 근로자위원을 청년·비정규직 등으로 확대해 다양한 근로자들의 이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업종별 차등화 등을 통해 저출생·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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