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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맞은 지하철의 어두운 미래 [동십자각]

김능현 사회부 차장





요즘 명동·경복궁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는 외국인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올 1분기에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40여만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날씨가 풀린 4월부터는 아마도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을 것이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 투숙률이 90%에 육박하면서 숙박비가 치솟아 호캉스족들이 울상을 지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매료된 것은 K-컬처와 한식, 문화유산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밤 늦게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함과 편리한 대중교통이라는 인프라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두가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풍광과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아랍에미리트 출장길에서 서울의 최대 강점으로 ‘대중교통’을 꼽으며 관광세일즈를 했을 정도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교통시스템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에만 5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서울 시내 수많은 경전철, 부산·대전·인천·대구 지하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지하철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매년 수 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장애인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줄 경우 5년간 4조168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다.



버스도 상황이 심각하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버스 회사의 적자 보전을 위해 8915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다. 지난 10년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버스 운영에 투입된 예산은 4조2300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우리나라 지하철 운행 50주년, 서울 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는 대중교통의 기념비적 해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우리 대중교통의 또 다른 50년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지하철 적자의 원인인 낮은 운임과 무임승차, 운영기관의 방만 경영 등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보전 탓에 일정 수입을 보장받는 서울 버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오죽하면 지난 10년간 버스회사의 생존율이 92%에 달하고 수익을 최고 가치로 삼는 사모펀드까지 서울 버스회사를 인수해 운영하겠는가.

큰 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은 불편한 개혁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내년 재보궐 선거가 부담스럽다면 올해 준비했다가 선거가 끝난 이후에라도 밀어붙여야 한다. 다음 지방선거나 차기 대권에 눈이 멀어 ‘지하철 한 사람 더 탄다고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는 억지 논리에 굴복한다면 우리 대중교통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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