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반도체 생산기지로 선택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계열사가 싱가포르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TSMC 계열사인 대만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VIS)과 네덜란드 반도체회사 NXP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78억 달러(약 10조 7000억 원)를 투자해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VIS가 24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NXP가 16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투자해 각각 지분 60%, 40%를 갖고 경영은 VIS가 맡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올 하반기 착공한 뒤 2027년 제품 생산을 시작해 2029년에 12인치 웨이퍼를 매달 5만 5000장씩 생산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여기서 생산되는 웨이퍼는 양사에 공급돼 차량·가전·산업현장용 구형 반도체 생산에 쓰일 예정이다.
앞서 VIS는 최근 자사 반도체 생산 공장을 대만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가 싱가포르에 공장을 짓는 이유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에 집중된 생산지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NXP 대변인은 “이번 투자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회사의 지리적 다양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1%를 담당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싱가포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고,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싱가포르에 각각 반도체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블룸버그는 미중 갈등 속에 싱가포르는 낮은 세율, 풍부한 기술 인력,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으로 인해 중국을 대신하는 IT 제조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