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테슬라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하회했으나 장 마감 후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불거진 ‘저가 모델 출시 철회설’을 부정한 덕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물량 공세로 발목이 잡힌 테슬라가 저가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격을 예고한 데 대해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 시간) 테슬라는 올 1분기 매출 213억100만 달러(약 29조3100억 원), 순이익 11억2900만 달러(약 1조55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55%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에 머물렀다.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221억5000만 달러와 0.51달러를 하회한다. 테슬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에 시달리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고, 9%라는 감소폭은 2012년 이후 최대치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 부문 매출이 173억7800만 달러(약 23조9500억 원)로 13% 줄어든 여파가 컸다. 테슬라는 실적발표를 통해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를 우선시함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에도 장 마감 후 주가는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현재 11.6%가량 폭등 중이다. 중저가 신차 발매 계획과 로보택시 사업 전략을 밝힌 영향이 크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저가형 차량인 ‘모델2’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의 또 다른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8월 8일 로보택시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존 공장과 생산라인을 활용한 새롭고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수익성 있는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시 계획으로 새로운 생산라인이 아닌 기존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에 관해 “테슬라가 언급한 미확인 신형 차량은 모델2와 다른 제품으로 현 플랫폼과 차세대 플랫폼의 측면을 혼용한다”며 “목표 가격을 밝히지 않은 신형 모델에 대해 테슬라가 ‘기존 예상보다 비용 절감이 적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머스크 CEO가 공개한 로보택시와 로봇 사업에 대한 세부정보도 주가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머스크 CEO는 “타 자율주행택시 사업자들이 규제 정글을 뚫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가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점만 증명한다면 심각한 규제 장벽은 없고, 테슬라는 결국 수천만 대의 로봇택시의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차량 소유주는 이를 에어비앤비처럼 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슬라 생산 공장에 배치하고 내년 말에는 외부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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