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분기 대미 수출이 21년 만에 대중 수출을 넘어선 가운데 향후 미국의 무역제재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과 무역 마찰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농축산물 분야에서 미국으로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을 넘어섰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역시 역대 최고수준인 444억 달러를 기록하며 대중 무역적자(-180억 달러)를 완충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대미 수출 호조세가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더불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산업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지속한 가운데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면서 대미 수출과 미국의 소비·투자 등 내수간 연계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소비 여건이 양호한 데다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 과장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우리나라 총수출 및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전망”이라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해외직접투자(FDI) 확대가 확대돼 선진국과 기술교류를 촉진할 것이며 중국 중심의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미 무역흑자가 확대될 경우 미국의 무역제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에너지·농축산물 등 미국으로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 과장은 “과거에도 미국은 대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과 세이프가드 발동 등 무역제재를 강화했다”며 “최근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 정책적 리스크에 주목하며 이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통상압력 완화뿐 아니라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통관 기준으로 수출과 수입에서 미국 달러화 결제비중은 2%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의 경우 달러화 결제 비중이 2022년보다 2%포인트 하락했고 수입은 2.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수출·입에서 유로화 결제비중은 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역시 수출(0.5%포인트)과 수입(0.5%포인트)에서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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