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 역시 이달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물가가 3%대로 여전히 높은 만큼 섣불리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경우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피봇’(정책변화)이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1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위험을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를 위해 물가가 목표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이 2%대의 안정적 물가를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은 역시 미국과 유사한 입장이다. 지난 11일 열린 새해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물가가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관련해 “자칫 부주의로 경계를 풀면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를 보면 ‘라스트마일(최종 구간)’ 단계에서 부주의한 탓에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전문가도 이달 22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와 관련 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험성 등이 상존하지만, 물가안정목표(2%)에 도달하기까지 통화신용정책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쯤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노코미스트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으로 올해 성장 전망률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고조될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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