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92) 박사가 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가족이 4·19 희생자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노구를 이끌고 휠체어에 탄 채 민주묘지를 찾은 이 박사는 “감개무량하다”며 “스스로가 국민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을 알아달라는 마음”이라면서 그동안 반대에 부딪혔던 묘역 참배와 사과에 대한 본인의 마음을 토로했다.
4·19혁명 유영봉안소에 들어선 이 박사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부축을 받으며 515명의 희생자 사진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영령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참배에는 황교안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 문무일 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도 동행했다.
이 박사는 참배 후 진행된 성명 발표를 통해 “4·19혁명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아울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모두의 통합과 화해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오늘 제 참배와 사과에 대해 항상 국민을 사랑하셨던 아버님께서도 ‘참 잘했노라’ 기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박사의 부인 조혜자 씨도 “아버님(이 전 대통령)이 부산 학생들을 만난 뒤 차 안에서 ‘내가 맞아야 할 총알을 우리 애들이 맞았다’고 하시면서 통곡하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이번 이 박사의 4·19 묘역 참배로 4·19 단체들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 사무총장은 “우리가 와서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전 같으면 참배를 막고 하겠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관계가)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했다. 4·19 단체들과 이 전 대통령 묘역 참배 계획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결정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면서 “오늘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4·19 단체에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4·19 단체들은 이 박사의 4·19민주묘지 방문과 사과를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묘역 공동 참배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훈 4·19민주혁명회 회장은 “과거에는 사과를 하러 온다고 했을 때 쫓아버렸으나 오늘 참배를 하고 영령들 앞에 용서를 빌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묘역 공동 참배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 오랫동안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고 또 회원들과 교감을 해서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가 4·19민주묘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묘역을 찾아 경찰 총탄에 맞아 숨진 학생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4·19 단체의 반발과 저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듬해 기념사업회 차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주변에 알리지 않고 4·19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참배에 함께하지 못한 4·19 단체들에 전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접 만나 사과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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