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기소권 없는 공수처가 답이다

김재훈 KDI 선임연구위원

출범 3년만에 존치필요성 의문 커져

기소권, 되레 反부패역량 약화 불러

수사기능 강화해 검찰과 경쟁 체제로

폐지보단 국민위한 개혁이 바람직





“과거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남용으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됐다. 기소권 분산으로 인권 침해를 줄이고 법 집행 기관 간 경쟁을 통해 사법 정의를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주장에 근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21년 1월 도입됐다. 하지만 출범 3년째를 맞고 있는 공수처의 성적표는 초라하고 존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부패기구는 홍콩의 반부패독립위원회 등과 같이 기소권을 갖지 않을 수도 있고, 공수처처럼 수사권에 더해 기소권까지 가질 수도 있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경우 검찰과 같은 관할을 가지면 피의자가 같은 사건에 대해 다시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중 위험(double jeopardy)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검찰과 다른 관할, 즉 ‘대통령 등 공수처법으로 정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담당한다. 특히 검찰의 부패 행위가 대상이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서로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으므로 이해관계가 일치할 경우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으로 서로의 부패 행위를 눈감아줄 수 있다. 기존 검찰이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과 결탁한 부패 행위에 대해 공수처가 봐주기로 하는 경우 부패 수준은 기존과 같다. 공수처와 검찰이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 배타적 관할권을 이용해 다른 기관의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 예컨대 공수처가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면 부패 수준이 전보다 높아진다.



공수처가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는 검찰이 기존에 부패 세력과의 결탁을 통해 수사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인지한 부패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은 수사하지 않고 공수처만 수사했을 경우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을 때 오히려 부패가 감소한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공수처가 수사한 결과를 검찰로 송치하거나 검찰이 부실 수사한 경우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모든 부패 사건을 불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패 수준은 전보다 낮아진다.

이런 분석을 종합해보면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지면 반부패 역량이 약화되고, 기소권을 갖지 않으면 반부패 역량이 강화된다. 따라서 공수처 자체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공수처의 기소권과 수사 종결권을 폐지해 경찰이나 검찰과 부패 사건 수사에서 경쟁하는 방향으로 공수처를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소권을 다시 독점하는 검찰의 책임성은 검찰 내부의 부패 문제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기능 강화로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집권 세력이 검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를 검찰이 특별한 근거 없이 불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재정신청제도를 검찰이나 법원의 편의가 아닌 범죄 피해자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사법부의 부패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으므로 법원도 공수처 수사의 대상이 돼야 하며 법원의 판결문은 국가 기밀이나 예외적 상황이 아닌 이상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