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17일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줄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의 시계가 째각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반 동안의 국정상황을 회고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아프고 또 아프다”라며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것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글로벌 환경 때문이라는 것은 지식인의 변명"이라고 적었다.
또 그는 "하노이에서 멈춰버린 남북평화열차가 못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북미관계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다"며 "냉엄한 국제현실에서 미국의 인내와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시대사적 전환을 이루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한미관계에 몇 배의 공을 들였다"고 평가했다.
또 한일관계에 대해 그는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고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관계는 상대와 손발이 맞지가 않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정권교체도 정권 재창출도 적절치 않은 표어"라며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들어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임 전 실장이 내년 서울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 등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야당발(發) 정권심판론이 커지는 것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이재명 대선후보가 이겨도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문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의 단어는 숙명이다. 그의 능력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라며 "애써 권력을 쥐려는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고 운명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은 그래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죽어라 일을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몸을 혹사한다"며 "옆에서 보기 안쓰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매듭을 생각하게 된다. 피난민의 아들이 쓰는 종전선언, 불행한 역사를 마감하자는 대사면, 무엇이 가슴 속에 남았든 얼마 남지 않은 동안에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기를 마치면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서민의 삶을 꼭 살아가시길 바란다. '숲 해설사'가 되시면 그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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