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5세대 이동통신(5G) 이용자 1,000여명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만을 놓고 집단 소송이 벌어지는 것은 5G 서비스가 처음이다. 법원이 이통사가 5G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지 못한 것을 ‘채무 불이행’으로 간주하면 관련 소송이 줄이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공동 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 등을 통해 모집한 1,000명이 소송 비용 납부와 증거 제출을 마쳤다”며 “오는 30일에는 소장 접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통사가 기지국과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5G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지 못했다는 점을 손해배상의 취지로 주장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여부를 다툰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5G 이용자들은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비싸게 책정된 요금을 냈음에도 그만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 피해 금액을 월 5만~7만원 정도 추산해 가입 기간에 따라 최대 1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법인 세림도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총 500여명이 참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이하나 법무법인 세림 변호사는 “이통 3사에 불완전이행으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고(이통 3사)가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별 서비스 품질 차이로 인해 지방으로 갈수록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위자료 청구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5G 서비스는 이통 3사가 2019년 4월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S10 출시와 함께 처음 선보인 지 2년이 지났지만 서비스 안정성을 두고 이용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기정통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집계한 지난해 무선국 현황을 보면, 5G 기지국은 약 14만 개로 전체 기지국의 10%에 그쳤다. 특히 이용자의 위치나 동선에 따라 5G 서비스 품질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처음 홍보 당시에는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최대 20Gbps)’를 주장했지만 이 같은 속도를 달성할 수 있는 28Ghz 대역의 경우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실제로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 사례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2019년(6~12월)만 해도 전체 접수된 상담 사례 6,689건 중 서비스 품질 건은 1.5%에 불과한 97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1만1,041건 중 22.1%(2,441건)에 달했다. 지난 달 기준으로 5G 서비스 이용자가 1,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LTE의 경우 서비스 안정화가 됐지만 5G 서비스는 아직 기지국이 설치되고 있는 단계라 소비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서비스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 이통사와 소비자 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두고 법원에서 서비스 품질 저하를 채무불이행으로 판단할 경우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줄소송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서비스 품질 자체가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면 5G 서비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상용화될 6세대 이동통신(6G) 등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 변호사는 “화난 사람들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9,500명 수준"이라며 "앞으로 2차, 3차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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