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관련 기술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후 온라인 강의 등으로 컴퓨터 언어를 공부해 의료용 인공지능(AI)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정보기술(IT)에 문외한이던 군의관이 약 14개월 만에 거의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스마트폰으로 사람과 대화하며 맞춤 진료를 추천해주는 대화형 AI 서비스(일명 ‘챗봇’)를 내놓았다. 육군 제9사단의 이현훈 대위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위는 2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재는 군의관으로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년에 전역할 때까지 (AI 관련) 공부를 더 할 것”이라며 “환자들 혹은 일반 국민들이 챗봇을 통해 더 정확하고 더 쾌적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추가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할지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학번인 이 대위는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한의사 전문의다. 군에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했던 그는 지난 2019년 4월 군의관으로 임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퇴근해도 외출하지 못한 채 ‘자가 대기’를 하게 되자 일과 후 시간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파이선’ 공부에 쏟게 됐다. 그는 “예전부터 하나의 기술을 잘 개발해서 수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꿈꿔왔다”며 “특히 의료 AI 기술은 의학계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발전 방향이어서 지난해 5월부터 이 분야를 공부하고 도전하게 됐다”고 파이선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이 대위는 IT 전문가들이 재능 기부 차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애플리케이션 및 AI 알고리즘 개발 강의 등을 접하게 됐다. 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정밀의료인재양성사업’의 도움을 받아 AI 관련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던 이 대위는 국방부 주관의 ‘군 장병 온라인 해커톤’ 대회 개최 소식을 들었다. 한 달간 앱이나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진 대회였다. 그는 컴퓨터과학 분야를 전공한 두 명의 장병과 함께 3인조 연구팀을 꾸려 의료 챗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국방부 장관상을 받게 됐다.
수상작의 제목은 ‘국군 장병을 위한 AI 기반 비대면 의료 서비스 메디택트’였다. 제목 그대로 원래는 군 장병 전용으로 개발한 기술이었다. 이 대위는 이 기술을 일반 국민들 대상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AI가 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 11월에 해당 작업을 시작해서 3개월 만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환자가 대화하듯이 자연어로 챗봇에 증상을 알려주면 해당 챗봇이 적절한 진료 서비스를 추천하는 기술이다. 이를 정리한 연구 논문은 올해 5월 국제 의료정보학 국제학술지 ‘JMIR’에 게재됐다.
이 대위는 “군의관으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년 전역할 때까지 국민들이 챗봇을 통해 더 정확하고 더 쾌적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술을 공부할 것”이라며 “전역 후에도 이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해 진료와 연구,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민병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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