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과 분류 작업 수당을 놓고 갈등을 빚던 택배 회사와 택배노조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8일 만에 사실상 파업을 철회하며 배송 대란은 피하게 됐지만 공공 부문인 우체국 택배 분야에 대한 논의는 추후 논의로 미뤄 불씨를 남겼다.
택배노동조합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회의’에서 과로 방지 대책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진경준 택배노조 위원장은 “(오늘 회의 결과) 가합의 수준에 이르렀다”며 “다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합의안에는 택배 기사가 내년 1월부터 분류 업무를 하지 않는 방안이 담겼다. 이를 위해 민간 택배 회사는 분류 인력과 추가 비용을 부담한다. 근무시간도 주 60시간으로 줄어든다. 두 방안 모두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택배 기사의 수익감소분(수수료)을 보전하는 방안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또 택배노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체국 택배 노조는 분류 작업 문제 등에서 우정사업본부와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 우체국 택배 관련 사안은 추가로 논의가 진행된다.
이번 파업은 올해 1월 과로사 대책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도 구체적인 시행안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8일 2차 사회적 합의 회의도 시행 방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결렬됐다. 택배노조는 9일부터 전면 파업과 분류 작업 거부에 이어 우정본부 건물을 점거하고, 여의도공원에 5,000여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파업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지난 1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에서 “택배노조 주장에 공감하지만 소상공인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해 택배 물량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33억 7,000만 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택배노조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설 연휴 직전, 택배 차량 아파트 진입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에도 택배 파업이 예고됐다. 택배 회사와 택배노조가 갈등의 골이 깊다 보니 그때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중재하고 파업을 막았다.
택배노조의 단체행동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가 요청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하청 업체의 사용자성을 원청 업체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세종=양종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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