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며 등 ‘찰떡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적인 교류를 넘어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형 사업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신규 세원 발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 등으로 위기감에 내몰린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영역에서는 생존을 위해 행정구역을 과감하게 탈피해 전방위 협력에 나서는 모양새다.
3일 지자체에 따르면 앞서 ‘달빛동맹’을 맺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해 온 대구와 광주는 최근 46억명 아시아인들의 대축제인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서울(1986년), 부산(2002년), 인천(2014년)에 이어 국내 네 번째로 대회 유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6일 공동 유치 선언에 이어 앞으로 상호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대회 유치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대구와 광주는 이미 풍부한 대형 국제대회 개최 경험을 갖고 있어 대회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구는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을, 광주는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각각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기존 스포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경기장 신축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저비용·고효율 대회를 핵심으로 내걸었다. 두 도시는 당장 올해 공동유치실무협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회 유치를 위한 시민 공감대 확산 등 사전 준비에 돌입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인적·물적 교류 촉진을 통해 스포츠 관광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공동 개최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달빛동맹을 통해 우정을 쌓아온 두 도시가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으로 영·호남 동서화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경북도와 전남도의 ‘밀착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26일 전남도청에서 균형발전 달성과 자치분권 강화, 탄소중립사회 실현,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시설 유치, 지방소멸 위기극복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상생 행보를 가속화했다. 양 단체장은 18·19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지방살리기 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입법 활동을 추진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앞서 경북과 전남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철강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하는 것이 내용이다.
전국 지자체 중 인구소멸 위기에 내몰린 시·군이 가장 많다는 것도 양 지역의 고민이다. 이에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 재정지원이 담긴 ‘인구소멸지역 지원 특별법’을 마련하고 정책 토론회와 국회 공청회를 이어가는 등 입법에 매진하고 있다.
경북과 전남은 신규 세원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가동 중인 경북 11기, 전남 6기 등 원자로 17기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에 화력발전소처럼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에 뛰어들었다.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경북 1,450억원과 전남 430억원 등 연간 1,880억원의 신규 세원이 확보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위해서는 경남·전북까지 포함하는 영·호남 6개 광역단체장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달빛철도는 광주와 대구를 1시간대로 연결하는 고속화철도다. 노선길이 203.7km에 총 사업비 4조850억원이 소요된다.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은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만나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초안에 빠진 달빛내륙철도를 신규추진 사업으로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는 공동 의견서를 전달했다. 앞서 영·호남 시·도지사 6명은 경남 거창군청 앞에서 같은 내용을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6개 시·도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확정 고시되는 이달 말까지 국토부와 기재부 등 중앙부처를 방문해 신규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막바지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손성락 기자, 광주·전남=김선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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