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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몸사리는 은행, 돈시름 깊어진 중소기업

분기당 15조씩 늘던 대출, 작년 4분기 5조 증가 그쳐

"벌이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체감경기 금융위기후 최악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작은 도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현정식(가명)씨. 10년 이상 납품해왔던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당장 직원 16명의 월급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은행을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지인들에게 도움도 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씨는 직원들의 급여를 체불했고 퇴사하는 직원 3명의 퇴직금을 주지 못해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년 이상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실히 일해온 현씨에게 남은 것은 수억원의 빚과 '전과자'라는 딱지였다.

퇴직금 분쟁은 중소기업이 처한 자금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벌이는 쪼그라드는데 돈 빌릴 곳마저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이었다. 대출태도가 0을 밑돈다는 뜻은 은행이 대출 심사를 이전보다 강화한다는 뜻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4분기(-28)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까지 분기당 15조원씩 증가했던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4·4분기에는 5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제조업은 4·4분기 들어 2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이 뒷걸음질했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소기업이 돈을 그만큼 벌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이 느끼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4·4분기 25로 대기업(13)과 가계(16)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 말고는 사실상 돈을 마련할 통로가 없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중소기업은 필요한 자금의 90%를 은행을 통해 마련했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수요지수(28)가 대기업(6)의 다섯 배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돈줄이 막히면서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졌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중소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2009년 3월(5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안현덕·김상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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