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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은 지금] LG U ¦ LCD·2차 전지 경영의 마법통신기업 혁신에도 통할까

권영수 신임 대표, ‘1등 DNA’ LG유플러스에 이식한다


LG유플러스와 이상철 부회장의 6년여간의 동행이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이 전 부회장 체제에서 ‘강한 3위’로 탈바꿈한 LG유플러스는 그 이상의 도약을 이끌어낼 적임자로 권영수 신임 부회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권 부회장과 LG유플러스를 둘러싼 통신업계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가 않다. 대형 인수합병, 주파수 경매 등 굵직한 현안 속에서 통신 3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권영수 부회장도 ‘통신’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과연 권 부회장은 ‘강한 3위’ LG유플러스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김병주 기자 [email protected]


"무조건 1등을 해야 합니다. LG그룹 계열사 중 3위인 곳은 우리 LG유플러스밖에 없습니다. 1등 한번 해봅시다.”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 신임 대표로 취임한 권영수 부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강한 발언으로 임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한 기업의 수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CEO가 의례적인 취임 일성으로 한 말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권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결코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를 거쳐오면서 보여준 성과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07년 LG디스플레이 대표직에 오르기 전까지 LG전자의 재경팀장, 재경부문장,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탁월한 투자전략과 경영혁신을 이끌어낸 권 부회장에 대한 구본무 회장의 신임은 매우 두텁다. LG디스플레이 출신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내에서 고속 승진의 상징으로 불립니다. 최연소 승진 기록을 여러 개 갖고 있거든요. 이는 구본무 회장의 각별한 애정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권 부회장의 LG화학 사장 취임 당시 에피소드죠.”

LG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
그가 말하는 에피소드는 이랬다. 지난 2011년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재직하고 있을 때, 구본무 회장이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그를 급하게 호출했다. 그 자리에서 구 회장은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와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워야 한다”며 “LG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줬던 성과를 LG화학에서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권 부회장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권 부회장의 인사는 파격적이었다. 구 회장의 직접적인 언질도 파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다른 회사 사업본부장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권 부회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성과로 구본무 회장의 신뢰에 화답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LG화학이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에는 애플 아이폰의 액정 패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취임 2분기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시장 1위 LCD 제조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이처럼 권영수 부회장은 탁월한 경영 능력을 기반으로 그동안 맡아온 회사와 사업을 1등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그런 그에게 통신업계 3위라는 LG유플러스의 위상은 결코 성에 차지 않을 듯했다. ‘강한 3위’라고 평가되지만 3위는 결국 3위일 뿐이다. 통신업계 꼴찌라는 사실은 ‘강한’이라는 수식어로도 결코 포장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1등을 해야지’라는 권 부회장의 발언을 단순히 신임 대표의 취임 일성만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무조건 1등 하자’는 권 부회장의 발언은 그가 LG유플러스 수장으로서 내세운 목표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낡은 관행과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선태사해(蟬?蛇解·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정신으로 세계 1등을 만들어 나갑시다.”

올 초 권영수 부회장의 신년사 키워드는 바로 ‘변화’였다. LG의 1등 DNA를 꺼내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때문에 업계에선 권 부회장 체제의 LG유플러스가 보여줄 첫 번째 변화에 주목했다. 체질 개선이나 신성장동력 발굴 등 시장을 뒤흔들 만한 전략이 나올지 기대감을 쏟아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선택한 첫 번째 변화는 ‘직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즐거운 직장팀’의 신설이었다.

이는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신명 나고 창의적인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권 부회장 특유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실 ‘즐거운 직장팀’은 과거 권영수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재임 시절 도입해 재미를 봤던 제도다. 당시 권 부회장은 ‘즐거운 직장팀’ 구성 과정에서 내부 인사보단 서비스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인물을 수혈하는 데 공을 기울였다.

당시 영입된 인물 가운데 고급 호텔 매니저 출신인 박지영 LG디스플레이 ‘즐거운 직장팀’ 팀장은 최근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겨 같은 직책을 맡았다. ‘즐거운 직장팀’이 조직된 후 LG유플러스 본사 사옥 2층에 있는 카페에는 골든벨이 달렸다. 권 부회장은 점심시간 같은 직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 가끔 카페를 찾아 직접 골든벨을 울리며 커피를 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내 결혼에 성공한 직원들에겐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가할 때까지 권 부회장의 전용차를 웨딩카로 지원한다고도 선언했다. 다소 엉뚱하면서도 파격적인 정책임에 분명하다.

권 부회장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출신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LG그룹이 경영에서 가장 큰 덕목으로 삼고 있는 것이 뭔지 아세요? 바로 인화(人和)예요. 도덕적이면서도 사람을 아끼는 경영을 강조했죠. 그래서일까요? 그룹 내 대다수 CEO들은 의도적으로 외부활동에선 조용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보여 왔습니다.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과 유사했죠. 그런데 유독 튀는 분이 한 분 계셨어요. 바로 권 부회장이죠.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에는 중국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갑자기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연말 송년회에선 임원들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공연을 하기도 했죠. 현장에서 그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봤어요. 권 부회장은 밴드에서 드러머였는데,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연습했다고 하더군요. 이 같은 열정은 직원들에게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회사 내에 권 부회장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적자생존’에 담긴 성공비결
권 부회장은 이처럼 LG유플러스에 자신의 경영 DNA를 이식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의 경영 DNA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적자생존’이다. 적자생존은 권 부회장을 대표하는 경영 철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은 흔히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생태계에서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권 부회장의 적자생존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즉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의 ‘메모예찬’은 LG전자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 때부터 시작됐다. 권 부회장은 당시부터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떠오른 아이디어나 잊어버려선 안 될 사안 등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항상 메모하는 습관은 그가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사장직에 올랐을 때에도 계속됐다. 지금까지 그가 사용한 노트만 무려 20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LG유플러스 대표에 취임한 후에도 권 부회장의 ‘적자생존’ 철칙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취임 후 첫 현장경영에 나선 지난해 12월 수도권 영업매장 방문 때에도 권 부회장은 제조사별 스마트폰의 가격, 성능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상엽 LG유플러스 홍보팀 차장은 “권 부회장은 취임 후 가진 직급별 간담회 자리에서도 ‘적자생존’을 수차례 강조했다”며 “이는 끊임없는 메모가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권 부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이처럼 취임 초부터 과거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을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이끌었던 자신의 경영 DNA를 LG유플러스에 이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권 부회장의 초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권 부회장 체제의 LG유플러스가 맞닥뜨린 통신시장의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선 권영수라는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가늠할 진정한 시험대가 바로 LG유플러스와 통신시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내세운 목표는 통신시장 1위 등극이다. 이상철 전임 부회장도 달성하지 못한 엄청나게 힘든 목표다. 일반적으로 통신업계 순위는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 이 시장의 독보적 1위인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약 50%다. KT는 약 30%, LG유플러스는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강도 높은 LTE 전략을 앞세워 기존 시장 점유율 구도를 뒤흔들 징후를 보이기도 했지만 차이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상철 전 부회장 체제에서 LG유플러스는 약 6년여간 약 2%의 점유율을 올리는데 머물렀다. 이미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밖에 지난해 하반기 유선방송시장을 뜨겁게 달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도 LG유플러스와 권영수 부회장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합병이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유선방송시장은 2강(KT-SK텔레콤) 1약(LG유플러스)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M&A 전문가이자 재무통인 권 부회장이 직접 씨앤엠이나 현대HCN 등 기존 유선방송사업자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LG유플러스 측 역시 “씨앤엠 및 현대HCN 인수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과연 LG유플러스의 도약을 꿈꾸는 권 부회장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이상철 전 부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사물인터넷(IoT)과 권 부회장이 가장 잘해온 분야인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생각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B2B 시장에 사업 초점
우선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선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철 전임 부회장 시절부터 LG유플러스는 IoT 분야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이미 홈 IoT 시장에선 5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경쟁사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내에 삼성전자의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세탁기, 광파 오븐 등의 스마트 가전과 연동된 홈 IoT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제조사와 관계없이 타사 제품과 상호 호환 되는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야심 차게 준비해온 지능형 IoT 서비스도 전격 도입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지능형 IoT 서비스는 각종 센서 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집에 들어오면 이를 스스로 인식해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등을 자동으로 작동시키거나, 독거 노인의 고독사를 막기 위해 냉장고 문이 오래 열리지 않으면 미리 등록된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는 B2B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 시장은 권영수 부회장에게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그가 이끌어온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모두 B2B 기반의 사업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강점을 가질 만한 새로운 시장 하나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

이동통신시장은 기본적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일반 개인 사용자가 주 타깃이다. 하지만 최근 모기업인 LG그룹이 B2B로 사업 중심을 이동하는 전방위적인 구조 개편에 돌입한 상황이다. 때문에 권 부회장이 이동통신 B2B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권 부회장이 궁극적으로 B2C와 관련된 유·무선 통신 및 유선방송사업을 타사에 매각하고, 산업 IoT와 글로벌 사업 등 B2B 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LG유플러스가 경남 창원시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 운영 시스템(TOS)에 구축한 ‘LTE 고객 전용망’ 사업은 B2B 기업으로의 체질개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권준혁 LG유플러스 상무는 “보안이 중요한 산업 IoT 솔루션의 경우 우수한 품질의 LG유플러스 LTE 네트워크를 사설망으로 이용할 수 있는 ‘LTE 고객 전용망’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B2B 기반 산업 IoT 솔루션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CES)2016’에 불참했다. 이동통신 3사 대표 중 CES에 참석하지 않은 유일한 CEO였다. 이는 통신업계 현안을 이른 시일 내에 파악해 시장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겠다는 권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과연 권영수 부회장은 그의 바람과 의지처럼 LG유플러스의 1등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권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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