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종에 대한 수주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하반기에는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금조달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안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조선 업종에 대해 “주요 조선 업체들이 지난해 말 조달한 후판 재고 가격이 높아 올 1ㆍ4분기 영업이익은 예상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규 수주가 없을 경우 하반기에는 사채발행 등을 통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업체의 올 1ㆍ4분기 매출액은 과거 대거 수주한 물량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한 12조2,326억원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은 후판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14.0% 감소한 1조25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최근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서 선수금은 줄어든 반면 건조량이 증가해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유동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됐다. 앞으로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주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자금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조선 시장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전세계 수주량이 총 9척으로 지난 199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주요 4개 조선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에 이미 전분기 대비 34%나 줄어든 7조원대로 떨어졌다. 안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하반기에 기대하고 있는 현금유입의 유일한 원천은 대규모 해양프로젝트 관련 발주”라며 “국내 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매우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고 변동성이 높아 하반기 내 발주가 본격화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 신조선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며 “세계 조선 산업의 불안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선박금융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어 본격적인 신조선 발주 회복과 가격 상승세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하반기 일부 신조선 발주가 단행되더라도 수주잔량이 크게 줄어들어 저가 경쟁 가능성도 높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납기연장이나 수주 취소 등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제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 하반기 정도에나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설비투자가 적어 현금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대미포조선과 높은 원가절감 수혜와 조선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현대중공업 등에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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