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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신분세탁] 본인확인제도 강화 서줄러야
입력2003-10-19 00:00:00
수정
2003.10.19 00:00:00
조의준 기자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악성 채무자들 사이에서 돈을 갚지 않으려는 풍조도 만연하고 있다. 거주지의 주민등록을 말소해 금융기관의 채권추심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바꿔 `신분세탁`을 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금융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오류고객 65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객 1인당 예금계좌수가 평균 1.6개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0만개 이상의 예금계좌가 금융기관에서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유령계좌`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유령계좌 속으로 신불자들이 파고들 경우 금융기관에서 이들을 골라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퍼주기`식 신불자 구제 대책이 이런 편법ㆍ불법 행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느슨한 신불자 대책은 바로 `표`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불자 수는 8월말 현재 340만명에서 내년 4월 총선때까지 약 4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기관에 손실을 떠넘기고 정책만으로 400만표를 얻을 수 있으면 남는 장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불자, 100만개의 `유령계좌` 속으로=100만개이상의 금융기관 유령계좌를 신불자들이 노리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오류고객은 65만2,000여명.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넣고 지방은행과 국책은행 등을 합해 9개 금융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오류고객만 집계한 것. 다른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까지 모두 조사할 경우 100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 결국 각 금융회사당 평균적으로 약 7만2,000여명, 지점별로는 약 80명의 실명번호 오류고객이 있는 셈이다.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 지점당 오류고객수가 300여명에 달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주민등록번호 오류 고객들에 대한 처리작업을 연구중이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여기에다 신불자들까지 가세할 경우 사태처리가 더욱 곤란해 진다”고 말했다.
◇정부, 금융기관 `본인확인`제도 정비 서둘러야=주민등록번호 변경 등 신불자들의 편법ㆍ탈법행위를 막으려면 정부와 금융기관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먼저 금융기관의 `본인확인` 작업을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이름, 직장, 의료보험번호 등 다른 수단으로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주민번호를 변경한 신불자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주민번호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본인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에서도 악성 채무자들의 편법행위를 막기 위해 주민번호나 이름을 바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할 때 이들의 금융거래 기록을 검토하는 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가 전산망과 금융기관 전산망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이 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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