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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천국을 만들자/3부] 2. 정부.기업 전략적 제휴를
입력2001-08-16 00:00:00
수정
2001.08.16 00:00:00
기술혁신 드라이브 정부 앞장서라중고 건설장비를 수출하는 무역회사인 S사는 지난해말 '대박'을 터트렸다. 중동 두바이의 한 바이어로부터 뜻밖의 수출주문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S사는 중동 수출길 개척의 1등 공신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두바이 무역관을 꼽는데 주저하지않는다.
S사가 KOTRA 해외무역관을 중소기업의 지사로 활용하는 '지사화사업'에 신청한 것은 지난해 7월. 두바이 무역관은 오일특수로 건설경기와 지하수개발이 활성화되는 추세에 따라 건설장비 수출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현지 수입상을 물색한 끝에 관심을 가진 바이어를 찾아냈다.
무역관 주선으로 수입상이 몇차례 방한한 뒤 S사는 9월부터 5차례에 걸쳐 167만달러어치의 건설장비를 수출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총액의 절반을 두바이에서 달성했다"며 "수출계약 성사이후 무역관 지사를 5곳으로 늘렸고 올 연말까지 아시아 지역 1~2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OTRA가 무역관의 지사화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연간 110만~220만원을 내고 1년간 해외무역관을 지사로 활용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수출진흥을 위한 정부ㆍ기업간 전략적 제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박범훈 KOTRA 지사화팀장은 "해외무역관의 지사활용은 해외정보수입과 수출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해외무역관의 인력부족ㆍ조직난으로 신청기업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해외무역관 조직은 외환위기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차원에서 대폭 축소돼 수년간 축적해온 통상 인프라를 정부 스스로 붕괴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무역관은 97년 118곳에서 101곳으로 줄어들었고, 오는 10월이면 슬로베니아ㆍ파라과이ㆍ코드디브와르ㆍ짐바브웨등 4곳이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다.
또 수출한국의 1등공신인 종합상사 지사망도 지난 3년간 절반규모로 축소됐고, 산업자원부 상무관은 98년 23개국 34명에서 19개국 25명으로 줄었다.
최근 수출부진이 장기화되자 상무관 확충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공무원직제 동결조치로 다른 부처 조직 축소가 전제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실현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해외공관의 기능도 외교활동에 치중되고 그나마 국내 귀빈접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수출ㆍ투자지원은 뒷전에 밀리는 실정이다.
무역협회 조건호부회장은 "한번 무너진 통상인프라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쏟아 부은 비용과 시간의 2배이상 든다"며 "우는 아이 젖주는 식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불황이면 조금 확충했다가 구조조정 명분으로 다시 축소한다면 총성없는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침체에 빠진 수출을 회복시키는데는 통상인프라 확충과 마케팅 강화등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마케팅지원은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선임연구위원은"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수출을 늘리도록하는 정책수단은 제한돼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차세대 산업에 대한 강력한 기술혁신 드라이브를 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IT(정보기술)ㆍBT(바이오산업)ㆍNT(초극세기술)등 이른바 차세대 신산업 육성을 선도하고 중소ㆍ벤처기업의 기술혁신에는 정부의 몫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기업이 리스크부담으로 주저하는 차세대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기술이 신속히 사업화할 수 있는 '국가기술혁신 시스템'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 94~95년 한국경제는 반도체호황을 믿고 경쟁력강화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 96년 반도체가격이 폭락하자 걷잡을 수없이 추락했다.
이른바 '반도체착시현상'은 이듬해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올해 7월 수출이 사상최악의 감소세로 떨어진 상황이 반도체착시 현상의 후유증이 나타난 96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출부진은 선진국과 정보기술(IT) 경기둔화라는 '쌍끌이 외풍(外風)'에서 비롯됐다지만 궁극적으로는 10년뒤 먹고 살 신산업 육성을 게을리한 정부의 몫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의 이우성 책임연구원은 "기업ㆍ금융구조정을 신속히 매듭짓고 산업경쟁력 강화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시기"라며 "정부는 신산업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고 각 분야별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97년까지 NT분야에서 일본에 뒤져 국가적 위기감이 팽배했었다"며 "이후 NT산업을 국가전략차원에서 집중육성하고 정부 부처간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한 결과 99년부터 세계 1위를 회복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존자원이 없고 국토가 좁은 우리로서는 수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일 밖에 없다.
수출회복 없이는 투자와 소비는 물론 내수경기마저 살아나지 않는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좀처럼 경기부양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중국에 추격당하고 선진국에 밀리는 수출경쟁력으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반도체가 90년대 한국경제를 살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앞으로 10년간 우리경제를 먹여 살릴 '제2의 반도체'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중대한 고비에 와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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