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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의 반격

포르투갈 식민지서 이젠 큰 손으로<br>은행·에너지 기업 인수 등 포르투갈에 자금 집중 투입<br>건설 근로자 대거 채용 등 470년 설움 톡톡히 갚아


47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수많은 자원과 인력을 빼앗겼던 앙골라가 경기침체에 빠진 포르투갈 은행과 에너지 기업, 부동산 등을 마구 사들이면서 설움을 톡톡히 되돌려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앙골라의 움직임이 유럽연합(EU)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 경제에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자산이 옛 식민지였던 앙골라에 속속 팔린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어서 격세지감이라는 푸념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 종합월간지인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최신호에 따르면 앙골라 기업과 국부펀드들은 지난 2008년부터 포르투갈 은행과 에너지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시가총액이 두 번째로 큰 앙골라 석유회사 소난골은 포르투갈 최대 민영은행인 밀레니엄BCP의 최대주주로 부상했으며 앙골라 국부펀드 산토로파이낸스도 포르투갈 국영 에너지 회사인 아모림의 지분 45%를 매입해 정부 보유분인 33.3%를 앞질렀다. 앙골라의 민영 상공업은행과 아틀란틱은행의 경우 포르투갈에 지점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앙골라 부유층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부동산을 매입하며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르몽드는 현재까지 앙골라의 포르투갈 진출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소한 포르투갈증시에 상장한 은행, 에너지 기업의 시가총액 중 4%(20억달러) 이상을 앙골라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세기 말부터 수탈 당했던 앙골라가 이처럼 포르투갈 자산을 사들이게 된 것은 2002년에 27년간 계속돼온 부족 간 내전 종식으로 원유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앙골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내전이 한창이던 1993년 -23.7%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7년에는 22.7%로 상승했다. 앙골라의 원유매장량은 대표적 자원국인 브라질을 능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앙골라는 포르투갈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포르투갈의 인력도 빨아들이고 있다. 앙골라인들은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포르투갈에 노예로 팔려갔지만 이제는 거꾸로 제국주의자들의 자손을 근로자로 채용하고 있는 것. 2003년 앙골라에 거주하는 포르투갈인은 2만1,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만명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고 불법이주자까지 포함하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 명 중 한 명이 실업상태인 포르투갈 청년층이 앙골라의 사회간접자본 건설현장에 대거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르투갈에 이주하는 앙골라인은 일자리가 줄어들어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상 유럽 선진국은 아프리카 등에 자금을 투입하고 인력을 뽑아갔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추세가 거꾸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유럽 경제위기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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