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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천국을 만들자] 5. 오너체제는 죄악인가
입력2001-08-06 00:00:00
수정
2001.08.06 00:00:00
'가족경영=후진국형'은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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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탁회사인 피츠버그 피카이른 그룹이 지난 88년 설립한 'FHIS(Family Heritage Investment Strategy)'는 독특한 투자원칙으로 유명한 뮤추얼펀드 운용회사다. 이 회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가족에 의해 경영되는 상장기업에만 투자, 막대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설립자인 더크 융게 회장은 "와튼 비즈니스 스쿨에 의뢰, 조사한 결과 가족경영 기업들이 S&P 500 평균지수보다 이익율및 성장률은 높은 반면 부채비율은 낮았다"며 "이들에게 투자하는 이유는 경영진들이 사업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기이익을 희생, 결국 뛰어난 성장을 이뤄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극단적으로 치닫고있는 '포스트 오너 체제' 논쟁이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오너 경영= 후진국형, 전문경영= 선진국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이와 관련, "오너경영은 무조건 나쁘고 전문경영은 좋다는 검증되지 않는 상식이 일반 국민과 정부, 여론의 지지를 얻고있다"며 "좋건 싫건 재벌체제는 지난 50여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패러다임인 만큼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도 오너체제 기업 많아=우리가 잘못 알고있는 상식가운데 하나가 오너체제는 한국ㆍ일본등 아시아 지역에만 있는 후진적 경영체제라는 것. 그러나 친족경영은 미국ㆍ영국등 선진국에서도 주도적인 지배구조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더욱더 잘못된 상식은 오너경영은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능력을 우선시 하지않고 '오너=악(惡)'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민간 경제학자들은 "오너체제의 병폐로 꼽히는 문어발 확장및 차입경영등도 열악한 자원의 전략적 집중을 위한 한국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업역사가 오래돼 전문경영인 체제가 뿌리내린 서구와 수평비교를 통해 국내 대주주의 경영참여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너체제, 일거에 타파해야할 죄악인가=IMF이후 전문경영체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너경영의 대표적 폐해로 지목되고 있는 한보ㆍ대우 사태등의 반작용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경영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도 많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30대재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부지분율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인학 박사는 "한국적 상황에서 가장 필수적인 과감한 투자결정을 전문경영인이 하기에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금융시장이나 이사회 등의 견제기능이 미흡해 전문경영인은 무사안일에 빠지거나 단기실적에 집착하기 쉬운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니엘 맥코노이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가 129개 가족경영 회사를 연구한 결과, 기업가치가 더 높고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셉 아스트라칸 조지아주 켄소 주립대학 교수도 "가족 경영 기업이 특유의 역동성을 이끌어낼 경우 핵폭발과 같은 무서운 위력을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재벌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 계열사의 사금고화, 무능한 오너경영자의 퇴출 시스템 미미등은 여전히 우리 재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경쟁력은 바로 재벌시스템"(일본의 대표적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이라는 지적처럼 오너 경영체제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면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 시장에 맡겨야=황 박사는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능력있는 사람을 발탁하고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지배구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경영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경영자를 통제해야 하는가'가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 있을 것기기 위해서라도 투자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영투명성과 감시ㆍ감독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 경쟁력을 확보하고 주가를 높이는 것"이라며 "결국 시장경쟁을 거쳐 살아남는게 최적의 지배구조가 될 것"라고 말했다.
위정범 경희대교수는 "정부가 한국적인 기업환경을 무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직접 개입하면 경쟁력만 약화시키게 되는만큼 기관투자가의 감시기능강화, M&A시장 활성화등 시스템 마련에 주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오너냐 전문경영인 체제냐에 대한 답은 중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뎅샤오핑(登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ㆍ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에서 찾아봄직 하다. 형식과 모양이 중요한게 아니라 주주ㆍ근로자ㆍ소비자들에게 모두 이익을 줄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 경영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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