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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다치기 쉽지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이제는 우아하게, 다치지 않고 내려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정신과 의사에서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으로 변신한 이시형(79ㆍ사진) 박사가 산에서 배운 지혜를 담은 신간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를 펴냈다.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박사는 "주말에 산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경주하듯이 서둘러 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술 한 잔 하고 헤어지는 게 다반사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산행이라 할 수 없다"며 "우리 조상들이 '등산(登山)'이 아니라 '입산(入山)'이란 말을 했던 까닭에는 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산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휴식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영토로 뻗어나갔던 로마 제국이나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전쟁과 약탈로 제국을 이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어서는 문화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며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반열에 진입한 만큼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려올 준비도 하면서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성숙도 뒤따라오고 개인들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생각이다.
이 박사가 건강과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의사였던 자신의 건강 악화 때문이었다. 그가 46세가 되던 해 노인성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고 허리 디스크로 앉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던 것.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마음을 모질게 먹은 그는 수술이나 약을 거부하고 방어체력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박사는 "사람이 원래부터 가진 방어체력은 크게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으로 나눌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도 혼자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고 감기에 걸렸어도 하루 만에 말끔히 낫는 사람은 자연치유력이 강한 사람인데 자연 속의 힐링 파워를 통해 방어체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어체력 강화를 위해 그가 찾아낸 곳이 바로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 곳은 총 25만 평으로 대부분 산으로 이뤄져 있다. 휴대전화와 TV 등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식자재를 보관하는 냉장고도 없다. 현대 문명과 최대한 단절한 채 자연 속에서 힐링 치유를 위해서다. 이 박사는 "힐링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슬로우(slow), 심플(simple), 스몰(small) 이 세가지만 지키면 되는데 선마을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에 쉬엄쉬엄 올라가 바위도 보고 나무 냄새도 맡고 물소리도 들으면서 그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하다"고 자부했다.
생활 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 박사는 "식사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리듬습관을 개선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마음을 다스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챙기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을 살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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