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게 반복되는 최고위층의 뇌물 스캔들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낀다. 시중에서는 벌써부터 노무현 정권의 부끄러운 모습이 5년 뒤에 반복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칠 정도다. 전문가들은 우선 현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정치인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현실 정치를 하라는 것은 곧 범법자가 되라는 말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당내 경선에서 쓰는 모든 자금은 사실상 불법”이라며 “본선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범법자가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제도와 현실 정치의 큰 괴리를 메우는 것은 결코 정치인들의 도덕성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각종 규제가 난무함에 따라 행정부가 정책집행 과정에서 펼 수 있는 재량이 많기 때문에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힘을 가진 권력과 정부가 각종 규제를 활용해 시혜를 제공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가 너무 크다”며 “규제는 최소화하는 대신 재량을 펼치기 힘든 확고한 원칙을 세워 뇌물이 끼여들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부정부패의 원인은 개인의 도덕적 잘못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제나 보호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규제가 비효율적 경제활동을 위한 보호막이 되고 여기서 뇌물의 싹이 틀 수 있는 만큼 시장경제의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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