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고용 축소' 악순환 우려 고유가 후유증으로 4%대 물가 고착화 가능성전문가들 '경기부양-물가관리'싸고 논쟁 가속 최형욱 기자 [email protected] 내수둔화에다 물가급등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원자재ㆍ유가 및 곡물 가격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경우 고소득층보다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감소→소비 위축→기업 생산과 고용 축소'의 악순환을 일으켜 경기 둔화를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서민생활에 더 큰 부담=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5.1% 올랐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보다 1.0%포인트 높은 것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4.9%로 4%대로 올라선 뒤 12월 4.8%, 올 1월 5.1% 2월 4.6%, 3월 4.9% 등으로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집중관리 대상인 주요 생필품 52개도 전달에 비해 30개 품목이나 올랐다. 9개 품목은 내렸으며 13개 품목은 변동이 없었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을 보면 양파(19.0%)와 돼지고기(13.1%), 고구마(9.5%), 고등어(9.5%), 등유(11.9%), 배추(6.9%), 경유(6.0%) 등이 많이 올랐다. 최근 물가상승의 고통을 서민들이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저소득층 물가부담 커진다'라는 보고서에서 "서민들의 체감경기 악화로 인해 경제불안 심리의 확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국제곡물 가격이 빠르게 상승, 서민들의 기초생활과 직결된 밀가루ㆍ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오르는 등 식료품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4%대 물가 당분간 지속=더 큰 문제는 4%대 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2월 하순 배럴당 100달러(두바이유 기준) 돌파의 후유증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86달러에서 3월 96달러, 4월30일 107달러로 올랐다. 국제곡물 가격도 최근 밀가격만 다소 안정됐을 뿐 옥수수ㆍ대두 등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두바이 유가는 수입물가에 곧바로 반영되고 생산자물가에는 1개월 뒤, 소비자물가에는 2개월 뒤 반영된다. 더구나 3월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올라선 것도 물가에 부정적 요인이다. 실제 3월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28.0%나 폭등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6월(30.1%) 이후 9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은 국제유가 변동 등 대외 요인이 크게 작용해 물가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도 통화 가치가 크게 절상된 유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4%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2일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공공 부문 에너지 절약 방안과 주요 생필품 가격안정대책의 실효성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매달 새로운 대책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존 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물가 논쟁 가속=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동결해야 하지만 최근 경기 하락세에 중점을 두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 부양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세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파르다"며 "환율을 계속 높게 가져가고 내수부양책마저 쓰면 당초 물가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하반기에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수가 금방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감세나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 등은 빨리 추진해야 하반기에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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