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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필사본서 전자책까지… 2500년 역사 속으로

■ 책, 그 살아 있는 역사 (마틴 라이언스 지음, 21세기북스 펴냄)<br>"18세기 후반 '읽기 혁명' 19세기 대중화 여건 마련, 디지털 시대에도 책 낙관적"




인류사를 통해 유용하면서도 지속성을 갖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책'을 꼽을 수 있다. 책은 교육의 수단이자 예술 작품의 기능을 했으며 종교의 근간인 동시에 거대한 정치적 권력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책은 과거의 힘과 영광을 잃은 채 비누와 다를 바 없는 일상 소비재로 간주되고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책'이라는 용어를 과거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이뤄진 많은 형태의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을 대변하는 약칭으로 규정하고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 거대 판형에서 소형 페이퍼백으로, 두루마리에서 코덱스(현대의 책과 비슷한 형태로 낱장을 묶어 표지로 싼 제본 형태)를 거쳐 전자 책에 이르는 모든 형태를 아우르면서 2,500년 책의 역사 속으로 파고든다. 고대에 독서는 훈련된 전문 연설가가 청중 앞에서 책을 큰 소리로 읽는 것이었지만 중세 유럽의 수도승들 사이에서 예배의 형태로 책을 조용히 읽는 묵독의 관행이 차츰 퍼졌다. 18세기 후반 여가를 위한 문학과 정기간행물의 폭발적인 증가는 대중 사이에 속독의 확산을 가져오면서 이른바 '읽기 혁명'을 야기했다. 19세기 서구에서는 거의 모든 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해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책이 대중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19세기 후반에는 출판이 효과적인 사업 모델로 정립돼 작가, 서적상, 인쇄업자, 출판업자의 비즈니스 형태가 자리 잡았다. 저자는 책의 역사가 문해 능력 신장의 역사였다고 정의한다. 소수의 특권층이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했던 계층적 사회 대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보통 사람들이 문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보편적 문해 능력이 성취된 세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책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저자는 전자 혁명을 꼽는다. 그는 "전자 혁명은 책의 전통적인 구성 물질인 종이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책의 물리적 형태를 바꾸고 읽기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디지털 세대들이 하나의 긴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짧고 서로 연결된 많은 텍스트를 읽으며 웹사이트를 검색하는 등 이제 책이 수많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매체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책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는 데 성공했으나 대신 고급문화의 산물이라는 확고한 지위를 포기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책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견지한다. 전세계 문맹률이 아직도 20% 수준인 현실에서 전통적인 책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중요하다는 것. 저자는 "책은 휴대하기 편하고 내구성이 있으며 재사용이 가능한 데다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보수 유지를 할 필요가 없다"며 "문명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더 많은 이들이 책을 접하고 책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 초점을 두고 서구의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지만 중국과 한국 역시 인쇄술의 기원지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책의 방대한 역사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그림을 넣었다. 책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는 요즘, 2,500년의 세월을 통해 살펴본 책의 역사는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진보를 상상하게 해준다.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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