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자 이런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코스피지수가 1,400포인트선을 중심으로 소폭의 등락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펀드 환매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만큼 투신권의 행보가 좀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박스권 장세가 유지되는 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투신권, 사흘 연속 ‘매수 우위’=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1.59포인트(1.55%) 오른 1,411.66을 기록했다. 기관이 1,519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면서 장을 주도했다. 특히 투신권은 이날 1,474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 기조를 나타냈다. 투신권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말(28~30일)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투신권의 순매수를 이끈 것은 사실상 프로그램 매매였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6,000계약 넘는 순매수를 보이면서 베이시스가 호전되자 투신권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유입됐다. 프로그램매매는 이날 차익과 비차익 거래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인 끝에 1,71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 차익 잔액이 2007년 8월 수준까지 떨어져 있고 베이시스도 콘탱고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등 프로그램 여건이 개선되자 투신권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권 주식 매수 여력 늘어나나=이날 투신권의 매수는 증시의 방향성과는 상관없는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것이고 직전 2거래일의 매수 또한 6월 말 분기 및 반기 결산을 맞아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윈도드레싱’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어쨌든 최근 들어 투신권의 주식 매수 여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코스피지수 1,400포인트선을 전후로 두달 이상 게걸음 장세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펀드 환매가 일단락되고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신권의 주식 매입 여력은 소폭이나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15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16일 이후 열흘 연속 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5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간 데 이어 6월 중순까지는 자금 유출 현상이 지속됐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자금 유입은 분명 수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최근 자금 유입을 볼 때 1,400선을 기준으로 한 펀드 환매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펀드 유출로부터 시달림을 받던 펀드매니저들이 하반기 기대감 속에 좀더 자유로운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1,400선에 머물고 있는 한 투신권의 보수적 포지션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반론도 강하다. 양정원 삼성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본질적으로 펀드의 자금 유출입은 시황에 후행하는 성격이 많아 1,400선이 유지되는 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한계가 있다”며 “장세의 본질적 변화가 없는 한 투신권의 행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4월 이후 90%대를 상회하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은 이날 현재 87.8%까지 떨어졌다. 결국 투신권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환매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