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사실상 무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당국이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불허한 데 이어 민간 지주회사들이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로 꼽혔던 합병 방식에 대해서도 공적자금 조기회수가 힘들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시한 탓이다. 더욱이 당국은 산은지주를 배제하더라도 지주사 간 인수조건 완화(95%→50%)를 담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할 방침이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 인수에 실패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산업은행 민영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기업은행과의 합병을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 메가뱅크 논란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입찰에 다른 금융지주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분매입 한도를 낮추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분취득 요건을 낮춰 유효경쟁을 성립시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산은의 입찰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시행령 개정을 저지할 방침이다. 정무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금융지주사 간 인수조건 완화는 금융지주사의 무분별한 외형확대를 막기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5일 금융지주회사 간 인수시 지분을 95% 이상 취득해야 한다는 시행령 규정을 상위법인 금융지주회사법에 반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국이 시행령을 고쳐 인수조건을 완화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에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어 당국이 개정작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당국은 특히 일반 사모펀드나 외국계 금융사, 우리금융 자체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 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산은 민영화와 관련해 “전문가들뿐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기업은행 측에 확인해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간) 합병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다만 “중소기업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병안을) 제기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