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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과 바위

「달걀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이 있다. 결과가 뻔한데도 약한 존재가 강한 존재에 대항해 파멸당하는 경우를 뜻하는 말이다.달걀이 들어간 속담도 여러가지다. 「달걀노른자」「달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달걀에도 뼈가 있다」,「달걀지고 성밑으로 못 가겠다」,「달걀섬 다루듯 한다」,「달걀이나 계란이나」…. 속담은 오랜 세월 인간사회의 삶이 이어져내려오면서 만들어진 경험과 지혜의 언어이며 생활의 문학이다. 인간삶의 단점과 오류를 가차없이 지적하고 인간삶의 이면을 낱낱이 들추어내는 냉점함과 날카로움이 있는가 하면, 덮어주고 쓰다듬어주고 웃어주고 받아들여주는 너그러움과 해학이 있다. 속담은 신화·전설·민담과 같이 지은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사회 속에서 그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동체사회의 구성원들과 그들이 대대로 겪어온 삶의 경험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따라서 속담은 깊고 넓은 공감대를 지녔으며, 일상생활에서부터 격식을 갖춘 장소에서의 발언과 각종 연설문, 그리고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널리 인용되며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속담이 지닌 진리도 영원하지는 않다. 부분적으로는 세월따라 시대따라 수정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면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여자와 바가지는 내돌리면 깨진다」가 있다. 요즘에는 오리값이 닭값보다 비싸고, 밖에 나가 돈버는 여자가 더 인정받지 않는가. 「달걀로 바위치기」는 어떤가. 이 속담은 힘없는 백성과 권력과의 관계를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평범한 백성이 화가 난다고 해서 막강한 권력에 대항하다가는 자기 몸만 깨지고 부서지니까 분하고 억울해도 참고 지내는 것이 목숨부지하는 길이라는 뜻이리라. 그러나 달걀이 힘없는 백성이고 바위는 국가권력이라는 종래의 해석은 수정되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요즘은 권력과 백성들이 부딪치면 권력이 달걀처럼 부서지는 경우가 빈번해졌으니 말이다. 「달걀이나 계란이나」는 어떤가. 한글과 한문이 다를뿐 뜻은 같다. 속담과 격언은 어떤가.「달걀이나 계란이나」인데 한때, 아니 오랫동안 속담은 속설로 비하했고 격언은 격이 다른 양 높은 자리에 앉혀 놓았었다. 한글과 한문을 겸용한다고 한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한글이 다시 「언문」이 되고 한문이 「진서」가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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