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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시화가 세계를 먹여 살린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성장엔진은 ‘도시화’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도시화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확대, 경제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나섰다. 중국의 도시화는 건설, 부동산 업종에서부터 자동차, 유통업에 이르기까지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계 2대 경제대국, 소비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10년을 이끌 시진핑 시대가 열렸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2013년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큰 화두라 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핸드폰 시장이다. 미국과 한국, 일본 자동차 회사와 핸드폰 회사들이 중국 시장 점유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 중국인이 먹고 마시는 게 이젠 전 세계의 곡물가격을 좌지우지한다. 중국이 집을 몇 채 짓느냐가 전 세계 철강과 화학회사의 영업실적을 결정짓고, 호주와 중남미 같은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단일국가가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한 건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먹고 쓰고 입고 타는 중국인들의 소비 행위가 세계를 먹여 살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구글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특전을 제공하려고 무료 통근 버스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사실 구글은 버스로 돈을 절약한다. 실제로 4,500명의 직원들이 매일 버스로 통근하면서 몇 시간 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생산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통근 버스 서비스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마운틴뷰의 부동산은 비싸다. 지하 주차장을 건설하는 데 약 8만 5,000달러가 든다(진짜다!). 구글이 버스로 통근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주차 공간을 제공하려면 그 비용이 거의 4억 달러까지 들 수 있다. 주차장을 마련하느라 새로운 사무실 건물을 짓지 못하는 기회비용은 별개다.
그렇다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국의 미래 10년을 이끌 성장엔진은 무엇일까? 후진타오 시대는 G2부상, 올림픽·엑스포 개최 등으로 상징되는 외형적 과시로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한껏 치켜세운 10년이었다. 하지만 자긍심이 일반 중국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는 않았다. 때문에 중국인들이 새로운 시진핑 정부에 거는 기대는 ‘국가의 부강’이 아니라 ‘가정의 부유’다. 중국 천재들만이 입학한다는 칭화대, 북경대 박사 출신인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이를 놓칠 리 없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그들이 성장과 분배의 확대, 그리고 경제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으로 내 놓은 것이 바로 ‘도시화’이다.

중국의 도시화는 GDP 3~4%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국경제의 비밀병기다.

시진핑이 작성하고 후진타오가 발표한 18대 당대회 정부 보고에서 중국은 2020년까지 국민소득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시대 10년의 GDP 성장률을 7.2%로 예상했다. 이는 장쩌민 시대 9.3%, 후진타오 시대 10.7%보다 낮은 수치다. 시진핑 시대에는 중국이 고속성장을 포기하고 중속(中速)성장으로 간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G2 규모의 거대 국가가 7%대 성장을 지속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같은 1% 성장률이라도 규모 면에선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시대의 GDP 1%는 그 규모 면에서 등소평 시대 1% 성장의 20배, 장쩌민 시대 1%의 5배에 해당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GDP 1%는 한국 전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중국의 7%대 성장을 낮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시진핑 시대 국무원을 책임질 리커창 총리는 미래 10년을 ‘중국의 성장엔진을 도시화’라고 못 박았다. 중국이 과거 30년간 연평균 10% 성장을 이룬 비결이 ‘공업화’였다면 시진핑 시대 미래 10년은 ‘도시화’란 얘기다. 중국은 현재 51%대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을 놓고 보면 중국의 도시화율은 연평균 1.36% 상승했다. 연평균 2,100만 명의 인구가 도시로 진입한 셈이다. 1인당 도시 기반설비에 10만 위안이 들어간다고 보면 매년 2조 위안의 투자가 유발된 것이다. 이는 대략 GDP의 3~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은 도시화를 통해 내수확대와 경제성장의 모델 전환이 가능하다. 도시화 효과를 빼고 실물경제에서 4%만 성장하면 정부 목표치를 가볍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도시화는 크게 3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영국식 도시화이다. 공업혁명이 만든 영국의 도시화는 200년간 계속되었다. 두 번째는 미국의 도시화로, 규모는 매우 컸지만 대략 100년 정도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으론 개도국의 도시화로 대략 40~50년이 걸렸다. 세계 주요국의 도시화 사례를 보면 도시화율이 30~70%인 중기 단계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빨랐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51%이지만 정식으로 호적이 도시로 등기된 인구는 35%선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도시화율이 대략 80% 선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도시화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7억 농민을 도시로 이주시키고, 도시화에 따른 저가 토지보상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토지 보상가격을 10배로 올려주는 토지분배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고도 도시에 호적이 없는 도시 노동자, 농민공 1억6,000만 명에게 호적을 부여하는 방안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도시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매년 15% 이상 임금 인상을 유도함으로써 노동자 임금을 5년 안에 2배로 올리겠다는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농민, 도시빈민, 노동자들의 소득분배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개혁정책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도시화는 GDP 3~4%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국경제의 숨은 비밀병기다.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부동산과 가전, 가구산업의 동반성장을 가져온다. 중국은 2015년까지 서민주택 3,600만 채를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2011년에 1,000만 채, 2012년에 740만 채를 신축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 억제로 된서리를 맞았던 부동산 관련 업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망산업으로 도시가스업을 꼽을 수 있다. 2015년이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가스 이용 인구가 2억5,000만 명으로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녹색도시 건설을 위한 환경, 건축, 건자재, 부동산개발업이 새로운 성장 주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집을 사고 나면 다음은 자동차 구매다. 중국인은 2011년 자동차 1,850만 대를 샀다. 2012년에는 2,000만 대 이상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동거리의 확대는 결국 레저와 유통산업의 확대를 가져온다. 특히 ‘모토라이제이션’ 시대(4인 가족이 자동차 한 대를 살만한 소득수준을 갖춘 사회)에 진입한 중국 연안 도시에서 자동차 소비 확대가 더욱 폭넓게 이어질 전망이다.
선진국의 소비패턴을 보면 3,000달러 이하 소득 수준에선 소위 의와 식과 관련된 ‘생존형 소비산업’이 뜬다. 음식료, 의복 같은 필수 소비재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 3,000~5,000달러대에선 주거와 이동에 관련된 ‘발전형 소비산업’ 이 부상한다. 교통, 통신, 거주관련 소비품이 이 시기의 성장산업이다. 그렇다면 5,000 달러 이상의 국가에선 어떤 산업이 뜰까. 건강, 여행, 의료보건,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오락형 산업’이 각광을 받는다. 중국은 이제 1인당 소득 5,000 달러를 넘어섰다. 2011년 중국의 10대 폭리산업을 살펴보면 중국이 이미 ‘발전형 소비’에서 ‘오락형 소비’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 시장에선 관광, 물류, 의료, 쇼핑 관련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이 바로 시진핑 시대에 주목할 만한 성장산업이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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