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학 서열 결정 요인 75%가 '부모 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학 서열 결정 요인 75%가 '부모 돈'"

한은 "서울대 진학률 가르는 요인 92%는 '거주지'…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해야"

입시 성적 상위권대 대학 진학 요인의 75%가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한국은행 진단이 내려졌다. 서울 거주 학생과 비서울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을 가르는 요인의 92%가 강남권 등 거주지 차이였고 실제 학생 잠재력 요인은 8%에 불과했다.

사교육비의 고소득 가정/서울 쏠림으로 인해 실제 학생의 능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사교육비에 집중 투자하는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현상이 심화해 지역별로 입학생을 비례선발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7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사교육비 지출 소득/지역별 양극화 심각

보고서는 우선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지출이 양극화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경우 97만 원으로 월소득 200만 원 미만 저소득층(38만 원)의 2.6배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도 지출에 차이가 컸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는 104만 원으로 읍면 지역(58만 원)의 1.8배 수준이었다.

서울 내에서도 큰 격차가 발생했다. 서울 내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은 사교육비로 고교생 1인당 123만 원을 지출해 200만 원 미만(54만 원)보다 2.3배 많이 지출했다.

소득 격차로 인해 1인당 사교육비가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소득층이 15%에 불과한 반면, 저소득층은 27%를 넘었다.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이 매우 커 그만큼 여러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사교육비 지출이 저출산의 한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부모 소득에 따라 차이나는 사교육비 지출은 대학 진학 결과 차이로 이어졌다. 한은이 2005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을 매년 추적해 조사한 자료인 '한국교육종단연구2005'를 분석한 결과, 부모 소득수준이 최상위층(소득 5분위)인 고교생은 차상위층(4분위)인 경우보다 1.5배, 최하위층(1분위)보다는 5.4배 높은 상위권대 진학률을 보였다.

이 자료에서 상위권대는 통상 언론이 보도하는 상위 8개 대학과 의대치의대한의대수의대다.

특히 사교육 시장이 큰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권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이 다른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 출신 학생은 전국 일반고 졸업생의 16%에 불과했으나, 서울대 진학생으로 좁혀 보면 그 두 배인 32%였다. 강남3구 출신 학생으로 좁혀 보면, 이들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의 4%에 불과했으나, 서울대 진학생 중 비중은 그 세 배 수준인 12%로 커졌다.

▲부모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나는 상위권대 진학률. ⓒ한국은행

대학 서열 결정 요인 75%가 부모 재력

이처럼 사교육비 차이로 인한 격차가 커지면서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재력이 대학 서열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이어졌다.

한은이 미국에서 사용된 실증 분석 방법을 참고해 '한국교육종단연구2005'를 참고자료로 중학교 1학년의 수학성취도 점수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에서 학생의 잠재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한 반면, 부모 경제력 효과는 7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이를 보면, 한은은 우선 부모 소득이 상위 20%인 학생(소득상위그룹)과 나머지 80% 학생(소득하위그룹)으로 그룹을 나누고 두 그룹의 잠재력 분포를 비교했다. 잠재력은 중1 수학성취도 점수를 5개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마다 두 소득그룹 학생 비중을 산출한 결과다.

그 결과 소득상위그룹에서 잠재력이 높은 학생 비중이 하위그룹보다 컸다. 잠재력 최상위 집단 학생 비중의 경우 소득상위그룹은 22.3%였던 반면 소득하위그룹은 14.6%였다.

이어 한은은 두 소득그룹의 실제 상위권대 진학률을 추적했다. 그 결과 소득상위그룹의 실제 상위권대 진학률은 5.9%, 소득하위그룹은 2.2%로 그 격차는 3.7%포인트였다. 즉 이 수치는 학생 잠재력과 부모 경제력을 모두 반영한 결과다.

이어 한은은 소득하위그룹의 잠재력 분포를 소득상위그룹과 동일하게 가정하고, 소득하위그룹의 상위권대 진학률을 새로 산출했다. 그 결과, 소득하위그룹 학생의 상위권대 진학률이 2.2%에서 3.1%로 0.9%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즉 두 그룹이 동일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가정할 경우,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가 여전히 2.8%포인트(3.7%포인트-0.9%포인트)에 달했다. 즉 실제 격차인 3.7%포인트 중 2.8%포인트가 부모 경제력 효과였고, 유전적 요인 등 학생 잠재력으로 인한 차이는 0.9%포인트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그 비중 차이가 75대 25였다.

한은은 이마저도 부모 경제력 효과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첨언했다. 실제로는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인 유아기부터 부모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자료가 2010년 입시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그 후 시간이 갈수록 사교육비 지출액이 더 커졌음을 고려하면 지금을 기준으로는 이 격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모 소득 수준별 학생 잠재력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왼쪽),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컸다. ⓒ한국은행

서울-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요인 92%는 '거주지'

한은은 또 2018년 서울대 입시를 기준으로 학생 잠재력과 거주지역 간 차이를 비교했다. 전국 시군구를 서울과 비서울로 나눠 잠재력 순위에 따라 서울대 진학률을 산출한 결과, 서울의 잠재력 기준 서울대 진학률 추정치는 0.44%로 비서울의 0.40%보다 0.04%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반면 실제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 출신이 0.85%였던 반면 비서울 출신은 0.33%에 그쳤다. 두 그룹 간 실제 격차는 0.52%포인트에 달했다.

즉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약 8%(0.04%포인트/0.52%포인트)만 학생 잠재력 차이로 설명이 가능했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차이였다.

한은은 이 지역 단위를 시군구로 나눠 세분화해 강남3구와 비강남의 서울대 진학률 차이를 나눴다. 이 해 대학입시의 서울 강남3구와 서울대 진학률이 뚜렷이 높지 않은 다른 비서울 지역(익명 처리) 간 잠재력을 기준으로 한 서울대 진학률 추정치는 각각 0.50%와 0.39%로 나타났다. 그 격차는 1.3배에 그쳤다.

반면 실제 진학률은 각각 1.53%와 0.16%로 9.6배 차이에 달했다.

이 격차는 서울 내에서도 뚜렷했다. 강남구와 다른 구(익명 처리)의 학생 잠재력 기준 서울대 진학률 추정치는 각각 0.52%롸 0.39%로 약 1.3배였으나, 실제 진학률은 각각 2.04%와 0.25%로 8.2배에 달했다.

한은은 이처럼 전국 시군구별 초과진학률과 소득수준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월 소득수준이 100만 원 높은 지역일수록 학생 잠재력을 초과하는 서울대 진학률이 0.41%포인트 올라갔다"고 밝혔다.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초과해 서울대로 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을 통한 입시 격차로 나타나면서 입시가 부의 대물림 효과를 나타냄을 뜻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 입학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실제로 '흙수저 금수저'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10년대 들어 자녀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이러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은 개인의 계층이동 노력을 떨어뜨려 사회 역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 과감한 도입 제안"

한은은 이번 연구를 실시한 배경으로 커지는 사교육 격차로 인해 가계는 부담을 느끼고 학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보일 정도로 불행해지며,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현상을 심화하는 등 입시 격차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꼽았다.

한은은 "2023년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14%인 27조1000억 원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각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월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한 고등학생 비중이 고소득층과 서울에 집중돼 사교육비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은 "사교육 불평등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고착화한다"며 "신입생의 지역 편중은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을 야갸화하고, 사교육 환경이 좋은 서울로의 이주 수요를 촉발해 수도권 인구집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더 나아가 사교육비 부담과 수도권 인구과밀은 우리나라 극단적 저출산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이에 입시 문제 대응을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그간 수차례에 걸친 대입제도 개편이 효과가 없었던 만큼, 과감한 접근이 필요할 때라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도록 하고,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은은 "현재 서울대의 지역균형전형 등 일부 대학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지만,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이를 입학정원 대부분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지방인재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대학 내 다양성을 확대하며 수도권 인구집중과 저출산 등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대 정문. ⓒ서울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