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박모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이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중대장이 유족에게 거짓을 말했으며, 이같은 거짓말이 박 훈련병에 대한 의료조치가 늦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훈련병 유가족과 중대장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가족은 박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5월 24일 오전 9시 51분경 강릉아산병 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나눈 대화를 녹음해 이를 군인권센터에 제공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중대장은 유가족이 연병장을 몇바퀴 돌게 했냐고 묻자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였다"고 답했다.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는지 묻자 중대장은 "아닙니다"라며 "쓰러질 당시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같은 중대장의 설명은 경찰 조사 답변과는 다르다. 경찰에 따르면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하도록 했으며, 이후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돌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박 훈련병이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한 배경에 중대장의 거짓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중대장의 이 같은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을 것"이라며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해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실시하면서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15일 중대장과 부중대장(25)을 구속기소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 등 의무기록에 따르면, 박 훈련병의 사망 당시 병원 기록에 적힌 직접 사인은 '패혈성 쇼크',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직접 사인의 원인은 '열사병'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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