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중심 화제가 유력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의 '원한(元-韓) 갈등'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간의 불화설을 언급하며 공세를 쏟아내고 있고, 한 전 위원장은 "그러라고 하라", "제가 참겠다"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립성을 강조해온 나경원 의원은 '두 후보 간 갈등이 지나치다'며 정책경쟁을 앞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국민의힘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 행사를 개최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사전에 준비해온 연설문과, 이후 기자들과의 현장 질의응답을 통해 비전·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후보들은 비전 발표라는 취지에 맞게 연설을 통해선 본인의 장점과 개혁안 등에 집중했지만, 이후 퇴장 시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폈다.
한 전 위원장은 비전 발표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 수도권·중도·청년에게 매력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결집'으로 대변돼온 당의 중심 입장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유지했다. 출마선언 당시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제3자 특검법)을 제안하며 '민심', '대안' 등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특히 "0 대 3으로 지고 있을 때 수비수만 늘려가지고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며 "후반전 4 대 3 역전극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해 당의 노선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연설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본인의 제3자 특검법 제안에 대한 타 후보들의 비판과 관련 "민주당이 내고 있는 무지막지한 특검법을 막기위해서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라며 "방안을 갖고 있다는 건지 지켜보자는 건지 9명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건지 그 방안을 제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의 제안이 당론을 통한 특검법 방어보다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일종의 그런 것, 지금보다 오히려 수비수를 늘리자, 더 우리끼리 똘똘 뭉치자 이런 얘기"라며 "그래서 어떻게 이기겠나, 그건 그냥 3 대 0에서 더 실점하지 않을 방안이 될진 몰라도 4 대 3 역전을 할 수는 절대 없다"고 부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본인에게 가해지는 '배신의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정치"라며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고만 했다. 그는 "할 말은 많이 있지 않나, 제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는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도 "선거 이후에 저희가 힘을 합쳐서 거대야당 폭주에 맞서고 민생을 위한 중요한 정치를 해야 될 사람들이다. 제가 참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까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원 전 장관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일을 지적하는 등 맞불 작전을 폈으나, 이날부터는 무대응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배신 논쟁' 자체가 본인에게 불리한 이슈임을 자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원 전 장관은 연설에서부터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끌어올렸다. 비전발표회에서 원 전 장관은 "당과 대통령이 싸우면, 그 의도야 아무리 좋았든 간에 결국 당은 깨지고 정권을 잃는다"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어 그는 "민생경제 비상회의를 당과 정부가 매월 열겠다"는 등 본인과 정부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저 원희룡은 한나라당 때부터 원조 소장파 쓴소리 리더였다"고 '수직적 당정관계' 지적에 대해서는 선제 방어를 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연설 직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후보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신뢰 없는 당정관계, 그리고 지금 당론과 다른 차별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당원들의 걱정과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라며 "이것을 모두 '네거티브다', 이런 식의 어떤 형식의 문제, 이런 걸 가지고 문제의 실질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제3자 특검법 제안에 대해서도 "여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이 분열 책략에 그것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소통 부재, 당의 논의의 부재, 그리고 제 개인적인 결론은 경험과 전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앞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민주당에 갈 수 있다고 한 분"이라고 자신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는 "제가 민주당에 갔는가",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윤' 후보와 '친윤' 후보로 분류된 두 후보와 비교해 중립성을 강조해온 나 의원은 이날도 "전당대회의 모습이, 특히 이제 원과 한이 너무 지나치게 갈등구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비론을 폈다. 나 의원은 연설에서 "대통령과 각 세우는 당 대표, 대통령에 빚 갚아야 하는 당 대표, 둘 다 안 된다"며 △최저임금 차등적용 △저출생 위기 극복 △핵무장론 등 정책 메시지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모든 싸움이 국회에서 있기 때문에 원내 당대표가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역시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에 비해 본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원내 지위를 당 대표의 자격으로 강조했다. 두 후보가 장동혁 의원, 인요한 의원 등과 함께 이루고 있는 '러닝메이트' 그룹에 대해서도 " 러닝메이트 제도는 굉장히 기이한 제도"라고 재차 비판했다.
다만 그는 본인이 오는 3일 최고위원 후보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함께 대구를 방문하는 데 대해서는 "러닝메이트는 원래 처음부터 제가 안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면서도 "다만 이제 김 후보의 경우에는 TK·PK의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에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단서를 남겼다.
한편 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라 평가받고 있는 윤상현 의원의 경우 이날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제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누가 이 당을 살릴 후보인지, 또 당정관계를 매끄럽게 해 나갈 후보인지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쇄신을 강조해온 그는 총선 패배 이후의 당 상황과 관련 "총선 백서 하나도 특정인의 눈치를 보느라고 못 만드는 당, 아니 총선 참패 원인을 규명하고자 해도 그걸 안 하겠다는 당"이라고 언급해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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