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독주하는 네타냐후, 무기력한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중동의 혼란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그의 최종 성적표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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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7월 백악관에서 만났다. /사진=로이터/뉴스1

2024.10.18 15:11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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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가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금년 초까지만 해도 네타냐후는 완전히 끝났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이스라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역시 '마술사'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닙니다. 이 모든 상황 변화의 핵심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바꿔냈다는 점이 있습니다. '나라 없이 이스라엘 밑에서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마스'라는 식의 인식이 국제 사회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에 하마스만을 상대로 해서는 이스라엘이 국내외적으로 지지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악의 축'처럼 여겨지는 중동의 지역강국 이란을 전선으로 끌어들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국면전환은 네타냐후의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보여줍니다.


또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네타냐후가 미국 대선을 의식하면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네타냐후는 마지막 미국 방문시 트럼프 후보를 만났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선거는 박빙입니다. 네타냐후가 미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네타냐후가 어떻게 움직일까요? 10월 5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빅리드' 기사를 읽으시면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미국 대선을 의식하는 또 한 사람,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인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996년 빌 클린턴이 베냐민 네타냐후와 첫 공식 회담을 가진 후, 그는 보좌관을 향해 말했다. "빌어먹을 도대체 누가 초강대국이야?"


이후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친 지금, 누구도 이스라엘의 이 싸움꾼 총리에 대해 그런 질문을 던질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네타냐후는 모든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해 오래전 군사전문가들이 "전쟁 확대 위협을 통한 지배"라고 부르는 것을 확립해왔는데, 바이든이 가장 큰 피해자다.


바이든보다 더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어 했던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과 이란과의 전면전 위협을 통해 바이든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중동정세에 의해 최종 성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타냐후는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보다 워싱턴의 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이스라엘 외교관이자 현재 하레츠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알론 핑카스는 말한다. "그는 바이든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기준에서도 현재 상황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중동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11월 5일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화요일 이란은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최대 대리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사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인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란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을 뚫고 여러 발이 이스라엘에 떨어졌다. 하나는 네게브 사막의 F-35 공군기지 근처에 떨어졌고, 다른 하나는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간신히 빗겨나갔다.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공습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네타냐후에게 자제를 촉구하지 않았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 유가가 급등해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순간 미국 소비자 심리가 즉각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목요일에 바이든은 이란 유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여부에 대해 네타냐후와 논의 중이라고 인정했다. 이란은 그런 공격에 대해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기반시설 공격으로 보복하겠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월요일 배럴당 70달러에서 금요일 78달러로 이미 상승했다. 한번 더 공습을 주고 받으면 100달러를 향해 돌진할 수도 있다.


그러한 전망에 대해 물었을 때 바이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려던 말을 멈추는 것뿐이었다. "제 생각에는 조금...어쨌든..."이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바이든은 카말라 해리스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려다 급히 말을 멈췄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날 일을 결정하는 것은 바이든이 아니라 네타냐후다. 최근의 역사를 비추어 보면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이 사석에서 자신에게 자제를 요구해봤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는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있는 전 요르단 외무장관 마르완 알 무아셔는 말한다. "그는 해리스의 선거를 돕기 위해 어떤 일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오는 월요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인 1200명을 학살한 지 1년을 맞이한다.


이 학살 사건이 발생한 후 네타냐후에게 정치적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하마스 작전의 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못하고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서 서안지구로 이스라엘군을 이동시킨 것은 1973년 이집트의 이스라엘에 대한 욤키푸르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최대 전략적 실수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치의 '위기탈출 마술사'인 네타냐후는 용케도 살아남아 완전히 부활했다.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 당장 총선이 치러진다면 그가 속한 리쿠드당이 가장 큰 정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2국가'가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지만, 대다수의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과의 '2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바이든이 촉구해 온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전쟁) 종식 후" 정치적 해결책 마련을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레바논 출신인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의 폴 살렘 부소장은 "우리는 네타냐후가 9개의 목숨을 다 써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는 뒷주머니에 몇 개의 목숨을 더 가지고 있더군요."


바이든만이 네타냐후가 가지고 논 유일한 미국 인사는 아니다. 지난 3월,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선출직 유대인인 척 슈머 상원의원은 이스라엘이 새롭게 선거를 치러 지도자를 교체할 것을 촉구했다. 슈머 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최대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함으로써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주 후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이란 외교공관 단지를 공습해 이슬람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을 포함한 16명을 살해하며 전쟁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첫 번째 직접 공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부활이 시작됨을 알렸다. 7월 네타냐후는 워싱턴의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52번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척 슈머도 박수를 보낸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최근 부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지난 한 달 동안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모사드가 수천 개의 헤즈볼라 휴대용 호출기와 무전기를 폭파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작전은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과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레바논인 목숨을 앗아갔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보여준 탁월한 능력은 심하게 손상된 조직의 사기를 회복시켜주었다.


네타냐후는 또다시 바이든 행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네타냐후는 수없이 많은 경우 미국에 동의하는 척 해놓고선 실제로는 그 반대의 행동을 취했다.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조건에 대한 논쟁이든, 최근 헤즈볼라와의 21일 휴전 시도든, 매번 바이든을 배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는 약간의 가을 습기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알론 핑카스는 말한다. "아니, 이건 단지 계절적 습기 정도가 아니라 네타냐후가 온몸에 오줌을 싸는 겁니다."


조만간 일어날 일은 중동과 미국 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언젠가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 것이다. 문제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전쟁확대 중단을 위한 확대"―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이렇게 정의한다―가 될지 아니면 이란과의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전면적인 확대가 될지 여부다.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네타냐후는 이번 주 초에 이란인들에게 "페르시아인 여러분"이라고 부르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이 마침내 자유를 되찾으면―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그 순간이 올 것입니다―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유대 민족과 페르시아 민족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두 민족은 마침내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 주말, 트럼프의 사위이자 중동 담당 보좌관이었던 재러드 쿠슈너는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위한 이스라엘의 시도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슈너는 SNS에 "이란은 이제 완전히 무방비상태"라면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썼다.


그러나 좀 더 온건한 이스라엘의 행동도 위험한 것이긴 마찬가지다. 바이든의 중동지역 특사였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미 국무부 중동국 국장이었던 제프리 펠트먼은 모든 것을 볼 때 앞으로 몇 주 안에 네타냐후가 추가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펠트먼은 "이스라엘의 전술적, 전략적 목표, 이스라엘 여론,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 등 모든 지표가 일치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전술적으로,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습과 레바논 남부 침공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네타냐후가 약 6만 명의 이스라엘 피란민들이 이스라엘 북부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략적으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제거하고 이란을 압박함으로써 더 넓은 지역에서 세력균형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러한 새로운 국면은 이스라엘 여론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황의 변화는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 총리직을 유지하는 동안 네타냐후는 현재 중단되어 있는 일련의 형사소추를 피할 수 있다. "이것은 네타냐후의 감옥행을 막아주는 카드입니다"라고 펠트먼은 말한다.


워싱턴의 민주당 사람들은 바이든이 네타냐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이것이 박빙의 선거에서 해리스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과 중동의 수렁에서 미국을 빼내겠다고 약속하며 취임했다. 두번째 임기가 본의 아니게 IS와의 전쟁으로 소모된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일에 전념하려 했던 바이든도 본의 아니게 중동사태에 휘말리게 되었다. 바이든은 중동지역이 전화(戰火)에 휩싸이고 미군 4만 명과 항공모함 2척이 주둔하는 등 (인도태평양이 아닌) 중동지역에 미군이 묶인 상태로 퇴임할 위험성이 있다. 중동 사태는 또한 트럼프의 복귀를 위한 문을 열어줌으로써 바이든의 모든 정치적 유산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바이든이 지금 당장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바이든이 왜 그렇게 소극적인지 아무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알 무아셔는 말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을 돕는 일 외에도 바이든은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는 '2국가' 해법의 길을 열어줄 가자 지구의 '전쟁 종식 후' 통치구조 계획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전쟁이 더 넓은 중동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는 거의 죽은 목표가 되었다. 이스라엘 여론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조차 이스라엘과 병존하는 독립 국가를 세우겠다는 생각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두 번째 목표도 실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달의 혼란이 선거때까지 이어진다면 바이든의 대통령직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1888년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 경제지. 특유의 분홍빛 종이가 트레이드마크로 웹사이트도 같은 색상을 배경으로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도 자유주의 성향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갖고 있는 화이트 칼라 계층이 주 독자층입니다. 2015년 일본의 닛케이(일본경제신문)가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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