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임박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사이 갈등이 사그라지고 여당 전체가 결집하고 있다. 유죄 판결을 계기로 여론을 반전시켜 김건희 여사의 특검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야권의 시나리오를 무너뜨려야 미래가 있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도 무죄를 확신하면서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 100만 서명을 받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사법리스크를 깔끔하게 해소한다면, 지지기반을 넓히고 여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다.
국민의힘, 李 때리기 단일대오…특검·특감 이견은 수면 아래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2일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왜 한 사람의 범죄가 자유 민주국가의 법 체제에 따라서 단죄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리고 그걸 정상화하기 위해서 또 이런 에너지가 소비돼야 하는 건가"라고 규탄했다.
한 대표는 주말마다 이어지는 민주당의 장외집회를 향해 "판사 겁박 무력시위"라고 재차 비판했다. 특히, 한 대표는 이번 주말에는 대입 논술시험이 예정돼 있다며 "상식적인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얼마나 짜증 나실지 생각해봐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황진환 기자이 대표의 선고가 가까워지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한 갈등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는 부분에 대해서 여당 대표로서는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이 똘똘 뭉쳐서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의혹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스테이지가 바뀌면 그때 대응 수위들을 다시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한 대표의 스탠스가 변했다고 언급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5일과 25일 이 대표 재판을 앞두고 혹세무민의 여론 선동과 사법부 겁박 완력 시위에 모든 당력을 쏟아붓고 있다"며 한 대표와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친한계 진종오 최고위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 대표의 1심 선고 생중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는데, 계파와 무관하게 이 대표를 향한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응 전략에도 친한계와 친윤계, 대통령실 사이에 차이가 없다. 민주당이 수정안에 제3자 추천을 반영하는 등 이탈표를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결속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수정안이 '이재명 방탄용'이라거나 '헌정질서 중단용'이라는 판단에 여당 내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4일에 진행되는 '특별감찰관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토론은 예상되지만, 큰 이견 없이 한 대표의 제안처럼 추천 절차를 개시하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선고라는 최고의 반전 기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을 노출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김 여사 특검에 반대하는 힘을 쌓기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 추천을 민주당에 역제안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유죄에 대한 기대감에 1심 형량이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기준인 벌금 100만원보다 낮을 것이라는 추측은 입 밖으로 내기도 힘든 상태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상현 의원이 "벌금 80만 원 형이 나올 것 같다"고 전망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명백한 실언"이라고 비판했다.
분기점에 선 민주당, 지지층 결집 대규모 집회 토대 여론전 총력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고를 이재명 대표 향후 정치 인생의 큰 분기점으로 보고 총력전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무죄를 확신하는 기류가 강하다. 애초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적 의도로 기소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줄 리가 없다는 취지다. 오히려 법원을 통해 이 대표의 결백을 입증 받을 경우 오랫동안 지적을 받아왔던 사법리스크의 짐을 벗을 수 있다는 기대도 엿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혹시 모를 유죄 선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칫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면서도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특히 예측이 어려워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여권으로부터 역공을 맞을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 산개한 비명계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비명계 유력 인사들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무죄 선고를 위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집회를 열어 여론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들이 참여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진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재판장님.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 대표 1심 재판 담당 재판부에 제출할 무죄 촉구 탄원을 받고 있다. 탄원서에 서명한 인원은 전날 오후 107만에 달했다. 당초 11일이 마감일이지만, 18일까지 서명을 받기로 기간을 연장했다. 혁신회의는 이 대표 선고날인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무죄 촉구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