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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대신 '대가리'?…'우유 식폭행'까지 高교사 학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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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대신 '대가리'?…'우유 식폭행'까지 高교사 학대 논란

    수원 모 사립고 교사, 학생에 폭언‧식폭행 논란
    이름 대신 '대가리'…"하지 말라" 부탁도 '무시'
    "머리 커 전쟁나면 고기 방패" 등 조롱, 학생 주장
    남은 우유 4개 다 마시도록 강요… "수치심 느껴"
    교사 "'대가리' 호칭은 친근감의 표현…"
    "우유 강제로 마시게 한 적 없어" 부인
    학교 측 "양쪽 주장 엇갈려…수사 결과 지켜봐야"


    지난 9일 오후 1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무실. 난데없이 한 학생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멜로디는 이무진의 '과제곡'이었지만, 가사가 달랐다.

    "(전략) 언제쯤 기억나려나~ 그렇게 잠도 못 자고, 병원에도 다니고~ 학생 확인서는 늘어 나기만 하고, 원래 힘든 인생에~ 웬 돌덩이 하나가 미쳐버렸나~ 선생님 죄송합니다 민폐짓 하고 있기에~ 근데 ○○○ 샘한텐 (안 죄송해) (후략)"

    노래가 끝나고 교무실 문을 나선 학생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1학년인 A군(16)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만나 "억울해서 그랬다"고 했다.

    A군은 "아무도 제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알리고 싶었다"며 "제가 피해자인데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제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름 대신 '대가리'…"하지 말라" 부탁도 '무시'



    A군은 지난 1년 동안 교사 B씨로부터 폭언에 시달렸고, 음식물을 강제로 먹게 하는 등 학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2일 A군에 따르면 A군에 대한 B교사의 폭언이 시작된 건 지난해 3월 학년 초부터다. 처음에는 머리가 크다는 이유로 이름 대신 '머리'라고 부르더니, 나중에는 '대가리'로 바뀌었다.

    이후 수업시간마다 '크다'는 내용이 나올 때면 A군이 비유와 조롱의 대상이 됐다. "너는 대가리가 커서 책상에서 졸다가 넘어지면 최소 사망이다", "대가리가 커서 전쟁 때 맞는 군모가 없어 무조건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을 거다", "넌 전쟁 때 덩치가 커서 고기방패가 될 거다"라는 등의 폭언에 A군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A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B교사 수업시간) 전 수업부터 오늘은 또 무슨 말로 놀릴까 걱정이 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B교사가 들어오는) 수업시간만 되면 불안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호소했다.

    옆에서 지켜본 친구들이 A군에게 "괜찮아?"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A군은 폭언을 하지 말아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B교사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우유 4개 다 마셔"…옆에서 '오구 오구 잘 먹네' 조롱

    '그 사건'은 지난해 5월 20일 마지막 수업시간에 일어났다. B교사는 코로나19로 결석한 학생들로 남은 우유 4개를 가리키며 "누구 마실 사람?"이라고 물었다. A군이 손을 들었다. 곧바로 B교사는 A군 책상에 우유 4개를 모두 내려놓더니 다 마시라고 했다.

    A군은 "이걸 다 먹으면 배탈 난다"며 거부했다. 다른 학생이 "저도 마시겠다"고 했지만 "넌 (손을) 늦게 들어서 안 된다"며 B교사는 A군 옆에 선 채 계속해서 다 마실 것을 압박했다.

    A군은 한 번에 우유 4개를 다 마셔야 했다. A군은 "(우유를) 마시는 동안 B교사는 옆에 서서 '오구 오구 잘 먹네'라고 조롱했고,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며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엄마 C씨는 아동 학대를 주장하며 학교 측에 B교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C씨는 "교장이 '아동학대, 학교폭력이 맞다. 어머니가 원하시면 경찰 신고 및 교육청 신고 사안이다'라고 먼저 말했었다"며 "아이에게 사과하고, 재발시에는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C씨에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다만 교사 교체는 학사운영상 다른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양해를 구했고, C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발방지 약속하고도…다시 시작된 '조롱'


    '우유 사건' 이후 A군을 '대가리'라 부르는 행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때때로 뚱뚱하고 큰 것을 두고 A군을 가리키며 '쟤'라고 비유하는 등의 간접적인 조롱은 계속됐다.

    A군은 또 "하루는 다른 몇몇 학생들은 엎드려 자고 있었고, 저는 졸고 있었지만 저한테만 '이 XX야. 뒤로 나가 서 있어'라고 고함을 쳤다"며 "저한테만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차별적인 대우를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시 상황이 악화하자 지난해 11월 A군은 전학을 결정했다. C씨는 학교에 아동학대에 따른 학군내 전학을 요구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학교 측은 A군의 같은 반 학생들을 상대로 학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했고, 며칠 뒤 B교사를 교체했다. 설문에서는 A군에 대한 B교사의 폭언과 식폭행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교과 담당이 바뀌더라도 해당 교사와 학년을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아동학대로 고소하지 않는 대신 전학에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학교측도 전학 절차를 진행했지만, C씨는 학교로부터 지난 6일 '부결' 통보를 받았다.

    "우유 강제로" 증언에도…교사 "그런 적 없어"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A군 측은 학교가 전학 사유로 아동학대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C씨는 "(부결된 이유에 대해) 교육청 전학 담당자한테서 아동학대를 인정하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학교가 전학 추천 사유로 아동학대를 적시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C씨는 B교사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제소하고,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학폭위 조사가 시작됐고, 반 학생들에 대한 기명 설문도 재차 이뤄졌다.

    CBS노컷뉴스가 설문 내용을 직접 확인한 결과 한 학생은 "A군이 하지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가리'라는 단어를 사용해 언어폭력을 했다"고 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A군에게 뭐라고 하신 뒤 우유 4개에서 5개를 다 마시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B교사는 A군을 '대가리'라고 부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우유를 한꺼번에 4개를 마시게 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B교사는 취재진에 "학년 초에 야간자율학습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친근함의 표현이었다"며 "우유도 한 번에 4개를 마시게 한 적이 없으며, 기억으로는 (다른 학생들과) 한 개씩 나눠먹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처음 학대 관련 문제가 제기됐을 때와는 입장을 달리했다. 아동학대를 인정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우유를 강제로 마시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사의 주장이 다르다"며 "최대한 학생 입장에서 전학을 비롯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아동학대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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