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발효 20년…한국 농촌 어떻게 변했나
▶ 글 싣는 순서 ①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②FTA 미래 20년…한국 농업, 산업化 시계는 빨라진다
③FTA 미래 20년…식단의 고급화 열풍이 분다
④FTA 발효 20년…한국 농촌 어떻게 변했나
(계속)
지난 20년 동안 FTA 체제가 정착되면서 한국 농촌은 많은 삶의 환경 변화를 겪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농촌 주거환경과 농업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개선됐다. 농업인들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다만 농촌 인구가 줄고 있다는 점은 농업인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농업가구(농가)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가구대가 깨졌다. 2010년 전국 농가 수는 117만 7318가구였지만 거의 매년 약 1만~2만 가구 이상씩 줄었든 결과다.
2020년 농가 수가 3만 가구 정도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감소세를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농가 인구수도 2010년 306만 명이었지만 31% 이상 줄어들어 2023년 208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전업 등으로 인한 감소"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대책을 추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에 발표한 에 따르면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조 4800억원 규모의 FTA 기금을 조성했다. 또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재정·세제·제도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했고, 총 23조 1천억 원 규모의 FTA 국내보완대책 기금을 조성했다.
순천대 한재환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촌에서의 복지정책은 크게 볼 때 소득 안정화 지원이다.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라는 제도로 농가 소득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해보험 제도도 소득 안정화를 위해서 시행되고 있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과 수출 판로 확대 관련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농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친환경 농업은 계속 확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보호나 기후 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전 세계적인 이슈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 저탄소 농업이라든가 유기농 농업을 지원한다든가, 환경 보존 프로그램을 운영, 농업 생태계 보호 등에 우리 정부와 농촌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2017·2022년에 발행된 에 따르면 농업 분야 FTA 국내보완대책은 정책 목표별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통한 품목 경쟁력 강화, 농가 경영안정 및 농업인력육성, 농식품수출확대 등의 성과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축산업 분야는 축사시설 현대화와 농가사료 직거래활성화지원 등 축산업경쟁력강화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FTA 국내보완대책을 통한 축사시설현대화 사업 지원으로 주요 가축의 생산성이 향상했고, 농가사료직거래활성화지원 사업 지원으로 농가의 사료 구입비 부담이 완화됐다.
과수원예 경쟁력 제고 분야는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 과원규모화, 과실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 과수거점산지 유통센터건립 등 과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수생산유통지원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과수고품질시설 현대화와 과실전문생산단지기반조성사업은 한·미 FTA가 종료된 이후 2022년 RCEP 국내보완대책의 과수 생산유통지원 사업으로 통합·지원되고 있다.
농식품부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FTA 국내보완대책 수립․시행을 통해 축산 및 과수 등 지원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농업인 경영안정 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그는 "과수 분야는 생산시설 현대화, 우량묘목 생산 및 품종 개량 등을 통해 상품성 향상과 이에 따른 소득 증대에 기여한 것이다"며 "농업재해보험 및 가축질병 치료보험, 농기계 임대 지원 등을 통하여 농가 경영안정에 직․간접적 효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농업 분야의 경우 FTA 협정 이행에 따른 농산물 수입 증가로 국내 농업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피해 영향조사를 거쳐 농업인 등 지원을 위한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협정이 체결되면 정부는 협상 결과가 농업의 생산 감소 및 농가 소득 감소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전문기관을 통하여 조사·분석한다"고 밝혔다.
실제 전문기관 조사·분석 결과 국내 농업에 대한 피해 영향이 클 경우, 농업 경쟁력 제고·구조조정, 농업인 경영안정 등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특히 주요 시장개방 확대 품목인 축산 및 과수․원예의 경쟁력 제고, 농업인 역량강화 및 경영안정, 농업분야 신성장동력 창출, 수입 피해 직접 지원의 5개 분야에 대한 지원사업을 마련한다.
윤 농업정책관은 "이에 따라 총 21건의 FTA에 대해 7건의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해 기존사업을 포함한, 총 38.4조원 규모의 투융자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개방화와 농업의 구조변화, 인력 부족, 농촌 및 환경 정책의 중요성 인식 등이 동일한 시점에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FTA 국내보완대책이라는 틀에 모두 묶어서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FTA 국내보완대책은 현재까지 피해에 포커스를 두고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와 증가하는 수입농축산물과 경쟁을 위한 경쟁력 제고 정책이었다.
또 규모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설지원, 생산비 지원 및 절감 방안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가축 및 종자 개량, 질병 및 병충해 대응, 수출, 소비 촉진 등도 시행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남경수 전문연구원은 "이러한 정책 지원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우나, 현재까지는 체결되는 FTA의 예상 피해액에 상응하는 FTA 국내보완대책을 수립하면서 사업이 종료되거나, 일반 농정사업으로 전화되거나, 예산이 줄어드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FTA 국내보완대책은 FTA와 연관성을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 소비 활성화, 수출증대 등 명확한 목적하에서 일몰기간 없이 꾸준히 대외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문제보다 예상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개방화가 지속되면서 경쟁력이 높은 수입이 특정국가로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여건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기후변화, 국가 분쟁, 질병 등에 의한 위기에 대항하기 위한 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출 농가 입장에서 FTA 특혜관세를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을 더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FTA 체제에서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은 "FTA로 인한 시장개방·경쟁 속에서 농식품 수출이 지속 증가한 것은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 농식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농가는 스마트팜을 비롯한 선진 영농기술 도입 및 지속적인 품종 개량을 추진했고, 식품기업은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수출주력 품목은 다양한 제품군은 물론, 건강식, 간편식을 찾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부합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수출대상국의 관세장벽을 낮춘 FTA 특혜관세를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 수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FTA를 활용하는 수출(FTA 활용률)도 늘어나고 있다. 농림수산업 FTA 활용률(FTA 특혜가능 품목 중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 실제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수출액의 비율)을 살펴보면 2021년 55.8%에서 55.4%(2022년)→78.7%(2023년)→83.6%(2024년 1분기)로 상승 추세다.
FTA로 인한 긍정적 변화들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한국 농촌이 시장 개방 이후 무역 성과를 위해 희생을 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실제 일부 농가는 FTA 체제에서 타격을 입었다.
선진국은 주로 농업과 같은 취약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고심하며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삶의 질 개선 정책을 계획한다. 업계가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의 폭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다.
전북 전주에서 배 농사(농가 수 133, 206ha)를 운영하며 동남아, 중국 등에 700톤(연 생산량 4901톤)가량을 수출하는 강성열씨는 "FTA로 정부가 (과일 수입을) 막아주면서, 한국산 배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부분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어려운 점은 많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농사를 짓는 게 농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농촌에 사람이 없다면서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연수생들을 유치해 주면 좋겠다. 농기계 보조 지원도 늘려주고 수출도 신경을 더 써서 농민들이 잘살 수 있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FTA 체제로 인해 한국 배의 대외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의 이점은 생겼지만, 농촌 인구는 계속 줄고 있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2·30대 귀농·귀촌자를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시키기 위해 주거지원책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9년부터 청년층의 농촌 유입·정착을 위해 3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농식품부 김종구 농촌정책국장은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사업은 청년가구의 수요에 맞춰 보육·문화·여가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갖춘 커뮤니티시설 및 프로그램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선정한 17개소 중 4개소가 준공되어 입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에 선정된 준공지구 4개소는 총 123세대 283명(2023년 12월 기준)이 지역에 유입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입주민 중 94명은 취학·미취학 자녀로서 이들은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의 노후주택 개량자금을 융자로 지원하는 농촌주택개량사업도 있다. 이 사업은 신축시 최대 2.5억원을 2%의 저금리로 지원하는데, 만40세 미만의 청년층에게는 1.5%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농촌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한 지에 대해선 각자의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는 반면, 국민들은 이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지원 없이도 경쟁할 수 있는 여건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중장기 정책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 농업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을 명확히 수립하고, 단기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더라도 체질개선 등 장기적 목표 하에서 수행되는 정책이 늘어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생산기반구축, 종자사업 등과 같이 단기적인 성과가 어려운 사업들은 사업에 대한 정략적 평가가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업 수행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4.07.04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