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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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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효진 기자입니다.
에어컨 없는 여름

2024-07-08 14:44

조회수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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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낮 최고기온은 30.1도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치다.(사진=뉴시스)
 
비밀번호를 누르고 대문을 열면 눅진한 공기가 훅 다가옵니다. 재빨리 찬물에 손을 씻고 가방만 벗은 채로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팔다리가 마루에 착 달라붙습니다. 기진맥진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다 보면 후덥지근한 기운이 발끝부터 올라옵니다. 재빨리 선풍기의 '연속' 단추를 누릅니다. 약풍 단추가 고장 나 강풍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10분만 선풍기를 켜놓으면 다시 발끝부터 서늘한 기운이 올라옵니다.
 
에어컨은 켜지 않습니다. 청소를 아직 안 했거든요. 대충 봐도 안에 검은 곰팡이가 슬어있습니다. 겉 부분을 아무리 닦아도 안쪽까진 손이 닿질 않더군요. 적어도 2년 주기로 청소해야 한다는데 올해는 청소업체와 도저히 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도 못했습니다. 예전 자취방에서 혼자 에어컨을 청소하다가 망가뜨린 후로 직접 하기는 무섭습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에어컨을 틀라고 성화입니다. 그때마다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져"라는 유명한 말을 뱉곤 합니다. 부모님이 하던 말을 제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벌써 7월입니다. 대충 한두 달만 참으면 가을이 옵니다. 올해는 에어컨 없이 살아보려고 합니다. 귀찮아서도 있지만 오기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매년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기상청 기후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7도로 1973년 이후 52년 중 6월 평균기온 상위 1위에 해당합니다. 6월 평균기온은 1973년부터 작년까지 51년간 1.4도 상승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마트에 따르면 5~6월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고, 선풍기는 11.3% 증가했습니다. 나 하나 에어컨 안 튼다고 뭐 달라지겠냐마는 나라도 절약하면 덜 더운 여름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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