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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리게 쓰지 않겠습니다.
몇 명을 더 죽일까

2024-06-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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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엄마가 쓰러졌습니다. "어지럽다"는 말과 함께요. 주말을 맞아 찾아올 이모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엄마는 응급실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뇌출혈이었습니다.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지난 2020년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왼쪽)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모야모야병' 같다고 했습니다.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희귀병이었습니다. 고비는 넘겼지만, 지방에는 이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본 의사가 적었습니다. 엄마 수술은 제일 좋은 병원에서 받고 싶었습니다. 다들 수술을 받을 땐 서울 가서 하기도 했고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간병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뇌혈관 수술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전에 받았던 수술이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었다"고 하셨어요. '여기 오길 정말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수술을 받은 신경외과에서 일주일 머문 후, 재활의학과로 옮겨서 일주일 동안 경과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중환자였고, 언제 미세혈관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재활과에 맡을 수 있는 선생님이 없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그때도 의사들은 파업 중이었거든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갑자기 병원을 찾아내라뇨. 모든 환자가 그래야 했고, 가까운 재활병원은 자리가 없었죠. 사설 구급차를 타고 멀리까지 이동했습니다. 
 
재활병원 선생님은 "엄마 같은 사람은 요양병원 가까운 데 모셔놓고 얼굴이나 한 번씩 뵈러 가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꿈에 나왔습니다. 이상한 기분에 CT(컴퓨터 단층 촬영)를 요청했을 때도 "찍은 지 얼마 안 돼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죠.
 
애원하다시피 해서 CT를 찍었습니다. 의사는 "뇌출혈이 왔네"라고 말했습니다. 그 길로 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가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파업이 없었더라면, 재활과에서 뇌출혈 증상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뉴스에는 의사협회장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나옵니다. 환자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환자단체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했더군요. 지난 5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암 환자(281명) 중 67%가 진료 거부를 경험했고 51%는 치료 지연을 겪는다고 해요. 
 
의정 갈등과 병세 악화 사이 '직접적 인과관계'는 환자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새 죽어가고 있거나, 이미 사망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정부·의사단체는 앞으로 얼마나 몇 명을 더 죽일까요.
 
직접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분초가 사람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걸요. A씨는 아직도 구급차 소리가 들릴 때면 몸서리치곤 합니다. 2020년에도 그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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