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박창욱 기자] "여성으로서 서울시의회의 유리 천장을 깨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이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서울시의장이 편한 자리, 권력의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시민이 주신 힘으로 진짜 일을 하자'는 각오를 갖고 있습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일 의장에 취임하고 공식일정을 시작했습니다. 1956년 서울시의회가 개원한 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입니다. 최 의장은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2010년 서울 서초 제3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서울시의원이 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최 의장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최 의장은 여성 첫 서울시의장으로서의 각오, 논란이 많았던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지원조례 폐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 문제, 서울시청과 시교육청과의 관계에 대해 가감 없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최 의장은 의정활동의 성과물로 국민의힘 원내대표(대표의원)로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서울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조례안을 주도해 처리로 이끈 걸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최 의장은 해당 조례들을 번복 가능성엔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서울시가 지원 근거를 가져오면 tbs 지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18일 서울시의회 본관 의장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다음은 최 의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서울시의장으로 선출됐을 때 "영예로움은 지금 이 순간으로 끝내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의장직을 편한 자리, 권력의 자리라고 느끼는 (생각을) 내려놓고 '진짜 일을 하자, 의장이라는 시민들과 의원들이 주신 힘을 가지고 제대로 일을 하자'라는 저에 대한 각오였던 것 같습니다.
최초 여성 서울시의장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시의회 의원으로 3선까지 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여러 분들이 "유리천장 깨기 쉽지 않다. 여성이 선거에서 이기는 거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 최초 여성 의장인데 감사하죠.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3선까지 한 건) 보수정당이 선출되기 쉬운 서초구 출신이라는 게 컸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주민분들하고도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민원이나 정책을 서울시로 하여금 해결하도록 노력을 했던 결과도 당선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원래 전업주부로 계셨는데요, 정치에 뛰어드신 계기는 어떻게 됩니까.
서초구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회장이 됐고 당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게 됐습니다. 교육부에서 국립인 우리 학교(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를 공립으로 전환시키려고 했는데, 고 의원 등 정치인들 도움으로 국립으로 계속 갈 수 있게 됐어요. 그러자 고 의원이 저에게 정치 활동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죠. 서초구에 차세대 여성지회장이라는 당직을 맡게 됐어요. 이후 '선거에 나가보지 않겠냐' 권유가 있으셔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2018년과 2022년까지 정치인으로서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경험이 의장이 되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보시나요.
낙선한 뒤에 보니까 '시의원일 때 정말 감사했구나'라는 걸을 느꼈어요. 낙선 후에도 주민들은 (전직) 의원이었으니까 민원을 많이 갖고 오셨어요. 그런데 서울시청은 제 얘기를 전혀 들어주지 않아 아주 많이 슬펐거든요. 의장 자리의 엄중함을 알고 서울시민을 위해서 감사함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것 같습니다.
3선 동안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시는 입법 활동이나 의정 성과물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시민이 서울시 행정심판에서 승소하면 서울시가 비용을 보상한다는 조례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또 tbs 지원조례 폐지안은 제가 대표 발의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마을 공동체 조례 폐지, 사회서비스원 지원 폐지는 제가 국민의힘 대표의원(원내대표)으로서 의원들과 함께 해낸 일들입니다. 예전에는 그 조례들이 필요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정리해야 했습니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 활동을 계속해 나가실 건가요.
계속해야 되는 거죠. 우리가 아이를 더 많이 낳고 그런 게 저출생 대책의 줄기가 되겠지만, 어느 부분은 다문화 외국 사람들 오셔서 같이 살고 그분들도 이제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관련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교육과 보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장이 되고) 처음 방문했던 곳이 늘봄학교였습니다. 늘봄학교에서 보육이 되고 교육이 되면 사교육 부담이 조금 완화되고 여성 경력 단절도 좀 줄어들 것이며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늘봄학교가 뿌리내리도록 2년 동안 계속해서 지원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현장을 계속 방문할 예정입니다.
3선하시는 동안 아쉬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현재 서울시의회엔 의원 1인당 0.5명의 정책지원관이 있습니다. 의장을 하면서 적어도 서울시의원 1인당 1명씩의 정책지원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전임인 김현기 의장에 대해선 어떤 부분을 이어갈 계획인가요. 또 어떤 부분은 새롭게 추진하실 생각이십니까. 후반기 의장 활동에 있어서 주안점을 어디에 두실 건가요.
'서울시 정책의 마지막 최종 결정자는 의회'라는 김현기 전 의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갈 것입니다. 상임위 중심의 의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 전 의장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방점을 두었다면 저는 그 토대 위에서 조금 더 무르익은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tbs의 앞날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서울시가 'tbs의 어떤 방송이 서울시민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해서 새로운 조례나 대책 같은 지원 근거를 갖고 오면 지원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슈를 법정으로 끌고 갔고, 일부 교육 구성원들도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도 끝까지 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죠. 교육청에서는 12명의 변호사를 선임했고, 시의회는 3명입니다. 좀 아닌 것 같아요. 학교 인조잔디를 까는 예산이 없다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변호사 비용을 세금으로 써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유감스럽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주민 발의로 올라왔거든요.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학생인권조례가 너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선생님 인권도 무시당하는 경향도 있고 학부모 이야기가 너무 강한 면도 있기 때문에 시민들께서 폐지안을 주민발의로 올린 것 같아요.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거를 잘했다는 여론도 굉장히 많고요.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18일 서이초에 마련된 고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추모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의 청문회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청문회 시즌'에 어떤 자세로 임하실 생각이십니까.
인사청문회는 서울시청이나 서울시장이 요청할 경우에 가능합니다. 청문회 대상을 조정 중입니다. 현재 가능한 6개 투자기관에다가 특별히 시민이 관심 가지는 적어도 한 4~5개 기관에 대해서는 (추가로) 청문회를 하고 싶어요.
서울시와 교육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을 생각이십니까.
관계는 아마 잘될 거고요. 예산을 결정하고 정책 그리고 조례 입법을 함에 있어서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포함시킬 거예요. 우리는 서울 시민의 대표니까요.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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