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엔화자산 투자자, 트럼프 덕에 한숨 돌렸다
“엔저” 경고에 161→156엔…트럼프, 저금리·약달러 선호
미 주가 따라가던 엔달러 움찔…엔케리트레이드 청산 증가
2024-07-19 13:52:42 2024-07-19 13:52:4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엔화 자산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 덕분에 한숨 돌렸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엔화 저평가를 지적했기 때문인데요. 엔저를 활용해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는 엔케리트레이드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역대급 엔저를 벗어나 엔화 자산을 선취매한 국내 투자자들이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지율↑ 트럼프, ‘엔저’ 포함 교역국 압박
 
18일 외환시장에서 엔환율은 1달러당 156.74엔으로 마감했습니다. 하루 전에 기록한 156.47엔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10일 161엔이었던 엔달러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결과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불어온 변화의 바람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에 대한 우려로 연일 사퇴압력을 받으며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3일 유세장에서 벌어진 저격 사건과 당시 트럼프 후보가 보인 행동으로 지지율이 급등,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 세계 금융시장도 그의 정책과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미국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될 요인들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중국 등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해서도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습니다. 
 
또한 주요 교역국의 환율에 대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발언이 곧장 외환시장에 전해지면서 엔달러환율은 2엔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달 중순부터 바이든 후보 지지율 하락에 맞춰 방향 전환 조짐이 보이던 환율이 트럼프의 엔저 발언으로 강하게 움직인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지난 4월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엔케리 자금, 매수보다 매도 많아져
 
지난해 말 150엔을 찍고 하락, 이제 안정되나 싶던 엔달러환율은 올 초부터 꾸준히 올랐습니다. 5월에 잠시 주춤하더니 6월 한 달간 다시 올라 이달 1일 마침내 160엔 선을 뚫었습니다. 10일에는 161.65엔으로 고점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습니다.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이 올라온 기록입니다. 
 
달러화에 비해서만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유로화 대비 엔환율도 1999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에 있는 상황입니다.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면 한국은행이 곤란해지는 것처럼, 엔저 현상도 과도할 경우 일본 당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엔달러환율이 치솟을 때마다 외환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올해는 4~5월 몇 차례 개입하면서 수백억달러를 시장에 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1조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로 많지만 이 돈을 전부 쓸 수는 없습니다. 씨티은행은 일본이 환율 방어에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을 2000억~3000억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이렇게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급부상해 환율 추가 상승을 막은 것입니다. 
 
사실 엔화는 트럼프의 발언 전부터 방향 전환이 감지되는 조짐이 보였습니다. 엔달러환율을 움직이는 근본 변수는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환율 변화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올해엔 유독 금리 영향력이 약해지고 그 대신 미국 주가를 따라가는 흐름이 강했습니다. 
 
이는 일본 기관과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지난해부터 싼 엔화를 빌려서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케리트레이드가 증가해 엔달러환율과 미국 S&P500지수 등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입니다. 
 
올해에도 그 흐름은 여전한데 다만 해외주식 및 채권을 매수하는 금액보다 매도하는 규모가 더 커지면서 엔달러환율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 거주자(가계 포함)들이 해외주식과 펀드를 매수한 금액은 월간 7조엔에서 9조엔대로 불어났지만, 매도액은 월 7조~8조엔에서 9조~10조엔 규모로 더 커졌습니다. 여기에 거주자 채권투자와 비거주자 자금흐름을 더하면 월 1조엔 정도가 순유입되고 있습니다. 즉 월 1조엔 규모가 달러에서 엔화로 바뀌어 유입되면서 엔화가치 상승(엔달러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엔 투자자 한숨 돌렸지만…그의 입만 바라봐
 
트럼프 후보가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경고했지만, 이것은 인하 시기를 미뤄달라는 것일 뿐 지금의 고금리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오히려 연준에 수 차례 금리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달러 약세를 유인해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트럼프 진영은 물가를 자극할 만한 정책들을 내세웠지만 금리는 낮은 것을 선호합니다. 
 
일본은 일본대로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할 처지입니다.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올릴 경우 양국의 금리 차가 지금보다 좁혀져 엔달러환율도 지금보다 하락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엔화 자산들을 사들였습니다. 엔화 예금에 가입하고 엔화선물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했으며 심지어 미국채 ETF 투자도 엔화로 투자하는 중입니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방향을 돌린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올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당분간 트럼프 후보의 입만 바라보게 됐습니다. 단기적으론 지난 5월의 155엔, 조금 더 길게는 2022년과 2023년의 고점이었던 150엔까지 하락하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한편, 100엔당 856엔까지 하락했던 원엔환율도 소폭 반등 중입니다. 다만 원화와 엔화의 방향성이 닮아있어 변동폭은 크지 않습니다.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103.75로 지난 3개월간 가장 낮은 영역까지 내려왔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