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SG 점검)②강경 투쟁에서 어용노조 비판까지
노사 갈등 해법 첩첩산중
CEO와 대척점에 선 증권사 노조
일부는 무늬만 노조인 곳도
2024-07-24 06:00:00 2024-07-24 06: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신유미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S(사회) 부문 A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실제 사내 노동 문제까지 우수한 건 아닙니다. 증권사 노조는 흔히 강성노조로 불리는 제조업 부문 등과 달리 큰 투쟁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와 대척점에 선 증권사 노동조합도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무늬만 노조'란 비판을 받는 곳도 존재합니다.
 
임금소송부터 지점 통폐합 문제까지
 
노사관계 악화 증권사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표적으로 교보증권은 임금 체불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그동안 통상임금 산정 시 단체협약과 다르게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으로 각종 수당과 임금을 지급하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투쟁에 나섰습니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교보증권지부는 지난 5월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 집단 소송을 접수했습니다.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의 자질 논란도 노사갈등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이 대표는 임금체불뿐만 아니라 성희롱·갑질 등의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노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총선 당일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라이딩에 동원하는가 하면 사무실에서 여성 직원을 상대로 '애기야'라고 부르는 등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노조위원장이 해고당하는 일을 겪은 증권사도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노조 설립 초기부터 노조를 탄압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대신증권 노조는 2014년 1월 설립됐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5년 10월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내부 논란 속에서 이남현 전 제1 노조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와 사내 질서문란, 회사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은 노조 탄압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38개월만인 2018년 복직했습니다. 아울러 제 1노조가 설립을 완료한 직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대신증권 제2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어용노조 의혹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SK증권은 지점 통폐합 문제로 최근 노사 간의 갈등이 격화했습니다. 회사가 현재 25개인 영업점 수를 15개로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노조에서 강력 투쟁에 나섰는데요. 사측은 "변화된 금융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고, 지점 네트워크를 대형화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거센 반발을 하며 본사 내부 임원실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교보증권지부가 지난 5월20일 임구청구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밝히며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사진=교보증권노조)
 
경영 악화 상황에서는 협력도
 
반면 회사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노사간 협력한 사례도 등장하곤 합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 계열사 시절을 비롯해 DGB금융에 매각될 당시에도 구조조정 이슈에 거센 반발을 한 역사가 있습니다. 다만 당시 회사가 적자를 보던 시기, 전 임직원이 힘을 보탰습니다.
 
하이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당시 부서장 같은 경우에는 급여 약 5%, 임원들은 10% 이상 임금을 반납하고 임직원들도 임금 2%에 해당하는 연차 내놓은 적이 있었다"며 "경영상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상징적인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무늬만 노조'란 비판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사실상 어용노조란 비판인데요. 삼성증권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복수노조와 순조롭게 임단협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삼성증권 노조는 회사와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며 "교류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부 중소형사인 경우 노조가 없거나 활동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노조가 전 직원을 포용하는 것 또한 숙제입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낮은데요.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사실 노동조합이란 건 평소에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내 고용을 위협받을 때 느끼지만 젊은 친구들은 사실 그럴 가능성이 크게 있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유니온숍 도입을 목표로 움직임을 펼치기도 합니다. 유니온숍은 채용된 이후 일정 기간 이내에 필수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 증권사 노조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계약직이 많은 증권사 특성상 정규직 직원과 입장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한 증권사 노조 위원장은 "갈수록 회사가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데다 젊은 세대일수록 노조 가입률이 떨어져서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증권업계 자체의 특성이 고용의 안정보다는 높은 성과급 등 실제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계약직을 선택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성과에 대한 편차가 발생하면서 최근에는 직무 영역에 따라 고용과 급여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과거와 달리 현재 증권가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시점에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인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소송의 내용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을 최대한 늦춰달라는 건데요. 신입 공채 축소와 노령화 이슈에 노출된 증권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꼽힙니다. 현재 교보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태입니다.
 
최성남·신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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